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양강도 삼지연 건설에 인력과 자금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양강도 김정숙군 당위원회가 사전 공지 없이 미장공들을 건설현장에 투입하려다 물의가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22일 신파군(김정숙군)당이 군당 내 파손된 건물을 보수한다며 각 공장 기업소 미장공들을 집합시켰다”고 전했다. 군 당위원회는 집결한 미장공들의 인원을 파악한 후 아무런 설명 없이 삼지연 돌격대로 간다고 선포한 후 미장공 25명을 화물차에 태워 삼지연으로 출발시켰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러나 미장공들이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품은 미장공들이 신파읍 민탕역 주변 오르막에서 삼지연 동원에 가지 못하겠다며 차에서 뛰어내렸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말 삼지연 건설 완공 기한을 2021년에서 당창건 75주년인 2020년 10월로 앞당기라고 지시하면서 건설현장 인력에 대한 노동 수준이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건설에 필요한 자재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과제를 할당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이 임시 숙소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자고, 끼니를 거르며 일을 하는 등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나타났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김정은에 삼지연 건설 성과 보이기 위해 하루 20시간 중노동)
소식통은 “삼지연 건설 현장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면서 도망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상황을 다 아는데 누가 삼지연에 가고 싶어하겠냐”고 반문했다. 당위원회에서도 주민들이 삼지연 건설 동원을 기피하자 사전 공지 없이 미장공들을 모집한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벌였다는 백두산과 김정일이 태어난 밀영이 있는 삼지연은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정치적 장소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2013년 말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기 직전, 1차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그리고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8월에도 삼지연군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에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 달여 만에 삼지연을 방문해 “삼지연 꾸리기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적대세력들과 치열한 계급 투쟁, 정치투쟁”이라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하노이 회담 결렬의 충격을 내부 결속으로 다잡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생각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삼지연 건설 사업에 대한 무리한 인력 동원과 세금 징수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소식통은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삼지연 파견을 피할 수 있다”면서 “돈 없는 사람만 동원되는 걸 알기 때문에 이 건설 사업에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지연 건설 동원에서 이탈한 미장공들에 대해 농장 강제 동원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신파군 당위원장이 도망친 자들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농장 파견증을 발급해 농장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장공들은 “로임(월급)을 주면 (농장에) 가겠다”면서 농장 파견 지시에도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