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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북한)에서 좋은 것을 찾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괜찮은 것은 이웃끼리는 서로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옛날만은 못하다고 해도 이웃간에는 좋게 지내는 것 같다. 그러나 장마당만 나가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판이 벌어진다.
조선 사람들은 시간이 있으면 옆집이나 가까운 집에 놀려 다니기를 아주(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북한에서는 아무에게나 속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친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모여 앉아 서로들 속 얘기를 꺼내는 것 같다.
보통 한 집에 5~6명씩 매일 모여 노는데 남자들은 누구나 집안에서 담배를 피운다. 술도 마시고 주패나 화투놀이도 하고 그냥 모여서 한담을 하다가 헤어지는 일도 많다.
여자들도 여유시간이나 명절 같은 땐 자주 모여 놀기를 좋아한다. 명절이면 집집마다 모여 춤추고 놀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장마당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몹시 바쁘다. 여자들이 벌어서 집안을 모두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 보면 조선 사람들도 정말 놀기를 좋아한다. 다만 먹을 것이 없고 사람들을 자꾸 못 살게 하니 놀지 못할 뿐이다.
조선 장마당도 중국 장마당이나 다름없다. 돈만 있으면 무슨 물건이든 살 수 있다. 그러나 시장통제가 심해 마음대로 내놓고 팔지 못한다.
보통 시장관리원들이 단속을 하는데 때로는 보안원(경찰)들이 단속을 할 때도 있다.
보안원들이 한 번씩 장마당 통제를 하면 장사꾼들이 여기 저기 쫓겨 다니는 게 볼만하다. 보안원들이 단속할 땐 시장 문을 닫아걸고 물건들이 못 빠지게 한 다음 단속한다. 그럴 경우에 물건을 많이 회수 당하는 모습도 봤다.
장마당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쟁 치러
이번에 시장에 들려보니 시장 관리원들이 몽땅 바뀌었는데 장사꾼들과 시장관리원들이 여기저기서 싸웠다. 사람들 말이 이전에 있던 시장관리원들은 모두 내보내고 좀 융통성이 없는 늙은이들로 새로 인원들을 꾸렸다고 했다.
이전 시장관리원들은 젊어서 괜찮은 직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장에서 단속을 잘하지 않는다. 자기 밥벌이를 따로 하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 받을 일을 하겠는가?
그래서 좀 고정한(곧이 곧대로 하는) 사람들이나 젊어서 싸움 깨나 하고 다니는 사람들로 시장관리를 시키고 있는데, 이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온 장마당이 전쟁을 치른다.
장마당에 하루 종일 서있으면 싸움하는 걸 많이 본다. 같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끼리도 머리를 잡고 치고 받고 굉장히 싸운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싸우고, 여하튼 싸움하는 걸 많이 본다.
보안원들과 다투는 때도 있는데 크게 싸우지는 않는다. 보안원들도 사람들을 마구 때리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는 싸움을 말려도 말을 듣지 않자 한 남자를 죽도록 때리는 것을 봤다. 내가 봐도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리를 피웠다. 그러나 감옥에서는 굉장히 많이 때린다고 들었다.
내가 처음 조선에 나가본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 생활이 나아진 것이 없다. 우리 친척들은 살림이 많이 나아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배급은 설날과 김일성, 김정일 생일날에만 준다고 한다. 한 집에 2~3kg 준다고 들었다. 그 날에는 집집마다 기름 한 병, 술도 한 병씩도 나눠준다고 했다.
쌀값도 올해는 많이 올랐다. 제일 좋은 쌀이 1500원이다.
한국 쌀은 1200원부터 1400원 사이이다. 이번에 조선에 나가 보니 한국 쌀도 서로 달랐다. 그전에 갔을 땐 한국 쌀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한국정부에서 질이 좋지 않은 쌀도 보내는 것 같다. 쌀의 질에 따라 한국 쌀도 값이 다 달랐다.(편집자주-한국 정부는 국내 생산 쌀 이외에도 동남아 생산 안남미(安南米)를 구입해 지원하고 있다)
함경북도나 양강도는 감자를 많이 심는데 농촌사람들은 감자를 주식으로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감자도 작년에 1kg에 80원을 했는데 올해는 120원으로 비싸졌다. 올해는 감자를 채 캐지 못 했는데 눈이 일찍 내려 눈 속에 묻어버린 것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값이 올랐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대로 가을걷이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여유가 있는데, 얼마 있으면 쌀이 떨어지는 집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조카들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근심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정민(가명)/중국 조선족·창바이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