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전’ 비판 곳곳서 들린다… “주민들 상황 고려 않은 결정”

소식통 "주민들, '아찔하다'는 반응...대미 회담 실패 김정은에 대한 실망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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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가 5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정면돌파전’을 다짐한 궐기대회 결의문과는 달리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인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미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들은 6일 데일리NK에 “(결정서 내용을 듣고) 작년에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수뇌회담(정상회담)을 열 때만 해도 이제는 살 길이 트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다 틀렸구나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면서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앞날이 캄캄해진다는 얘기가 인민들 속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두 해도 아니고 몇십년간 유엔을 상대로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는 건 그야말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래서 작년 초에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수뇌회담을 열 때만 해도 이제는 살길이 생겼구나, 정말 장군님(김 위원장)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감격하며 믿었는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회담이 이뤄지기 전만해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잘 이뤄지면 대북제재 조치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는 얘기다.

양강도 소식통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원회의를 하기 전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말이 계속 나오기에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이 들긴했지만 막상 전원회의서 ‘장구하고도 간고한 투쟁을 결심’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년부터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온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전원회의의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주민들은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재부들을 더 많이 창조할수록 적들은 더욱더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같은 과업을 실천하고 책임져야 하는 행위자는 결국 인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평양 소식통은 “전원회의의 정면돌파전은 주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고려가 전혀 없는 결정”이라면서 “오직 권력만을 생각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어느 정도 기반이 있어야 자력갱생이라도 할텐데 도대체 아무 것도 없이 어떻게 또 버티라고 하는 것인지 인민들은 한결 같이 아찔하다는 반응”이라며 “인민들 사이에선 항일투쟁 시기부터 자력갱생만 부르짖으니 계속 이모양 이꼴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고 전했다.

2020년 1월 5일 전원회의 관철 평양 궐기대회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전원회의 관철을 위한 궐기대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자력갱생은 과거부터 강조돼 온 구호일 뿐 새로운 정치적 결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전원회의 결정에서의 자력갱생 강조 또한 의례적인 선전 구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복수의 소식통이 얘기하는 인민들의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각 중심의 경제 사업 관리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경제 체계가 꾸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국가경제사업체계의 중핵인 내각 책임제, 내각 중심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도를 지도했다”며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관리를 강화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내각을 중심으로 기업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민들은 당과 내각이 현재 돈주(신흥부유층)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장 기업소를 장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 소식통은 “특급 또는 1급 기업소 같은 큰 기관기업소는 현재도 국가의 통제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는 개인이 투자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부들과 결탁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공장기업소를 다시 내각의 관리하에 두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최근에 국가에서 개인 기업을 장려하라는 지시가 있어 기업소들이 많아지고 꽤 많이 발전을 했는데 이것을 다시 국가가 장악하고 관리한다면 기업소 책임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개인 기업이 활성화되니까 국가가 돈을 확보하기 위해 통제를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 아래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돼 온 김정은 시대 기업 관리 정책이 내각 책임제가 강화되면 또 다시 기업의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편 전원회의 결정서에 남북관계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던 것에 대해 또 다른 평양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당국이) 남조선(한국)은 보잘것 없는 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장군님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분간 (북한 당국이) 남조선을 무시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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