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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을 희망하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조만간 추가 송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납북자 가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납북자 단체들과 북한인권 NGO들은 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세종로 중앙정부청사 후문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 없는 장기수 송환은 있을 수 없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국군포로가족모임>(대표 서영석) <납북자 가족모임>(대표 최성용) <납북자가족협의회>(대표 최우영),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강철환, 김태진) <피랍탈북인권연대>(대표 배재현) 등 관련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일방적인 장기수 송환 납득 못해
사회를 맡은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은 “장기수를 송환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문제로 이에 대해 반대하고 싶진 않지만, 납북자 문제가 전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의 일방적인 장기수 송환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 대표가 2000년 9월 2일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 63명의 송환을 기념하는 북한 우표를 들고 있다. |
이미일 <6.25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은 “남북은 2002년 9월 적십자 회담에서 전쟁 중 행불자에 대한 생사확인을 합의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단 한명의 생사도 확인받을 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기수를 송환한다는 정부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일 수 있는가”라며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비전향 장기수들을 송환하며, 내 임기내에 납북자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며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족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생사확인과 송환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두 차례에 걸친 남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와 관련하여 아무런 진척도 없었고, 국가인권위 정책권고 사항인 납북관련 특별법조차 표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수 송환 문제를 먼저 거론하는 정부 당국의 저의와 정치적 배경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서 ▲ 북한 김정일 정권은 우리 정부의 송환 조치에 감사하며 납북자, 국군포로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이라는 답을 내놓고 ▲ 노무현 정부는 장기수 송환에 앞서 북한당국의 답변을 촉구하고, 납북자, 국군포로 생사확인 및 송환에 관한 납북관련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성명서를 낭독한 후, 통일부 항의 방문을 시도하다 청사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과 충돌을 빚었다.
▲ 납북자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정부의 자세를 비판하는 한갑성 할아버지 |
납북자, 정부 차원 1건도 해결못해
6.25 당시 가족이 납북됐다는 한갑성 할아버지는 빈 유골통을 가슴에 들고 ‘적화통일부 장관 정동영을 북송하라’는 격앙된 구호를 외치며 앞에 나서기도 했다.
이미 고령이 된 납북피해 가족들은 이번만은 그대로 지나갈 수 없다는 듯,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항의 시위에 동참했다.
정부는 지난 93년 3월 이인모씨 송환 이후, 2000년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 지난 2일 전향 장기수 정순택씨의 유해를 송환한 바 있고, 북송을 희망하는 장기수들을 대상으로 추가 송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546명, 전후 납북자는 485명으로 알려졌으며, 6.25 전쟁 기간 중 납북자는 8만여 명에 달하지만 생사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중 정부 차원에서 한국으로 귀환시킨 납북자는 한 명도 없다.
한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귀환한 납북 어부를 세종로 정부청사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납북자 귀환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오찬에는 2000년 납북어부 중 첫 귀환자인 이재근씨와 2002년 귀환한 진정팔씨, 2003년 귀환한 김병도씨, 올 해 8월 귀환한 고명석 씨 등 귀환 납북자 4명과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용씨가 참석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