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北 열차칸 ‘통행증 검열’ 현장

▲ 청진~신의주행 기차 안에서 검열당하고 있는 모습.

DailyNK는 북한 ‘지하 저널리스트’ 리만수씨가 지난 5월 초 청진~신의주 행 열차를 타고 북한 전역을 촬영한 영상을 입수, 5회 연속 독점 연재한다. 리만수씨는 북한에 거주하는 30대 중반의 노동자로, 지난 2004년부터 북한 내부 동영상을 촬영, 전 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함경도 청진역과 함흥역의 5월 풍경을 보도한 데 이어, 세 번째 순서로 평안도의 시골역과 기차 내부 풍경을 담아봤다. 이번에 정차한 역은 평안남도 양덕군 인근에 위치한 작은 시골 역. 양덕군은 고지대 산골 마을이다.

동영상에는 물을 팔러 온 역 인근 마을 주민들과, 그 물로 세면을 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최근 북한에서는 팔 수 있는 모든 것은 내다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 리만수씨는 과거에는 물 한 바가지라도 나눠 쓰는 인심은 있었는데, 지금은 물마저도 사고 파는 사회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기차 내부로 눈을 돌린 카메라는 기차표와 통행증을 검사하는 열차 안내원과 이를 소지하지 않은 주민들 간의 살벌하고 긴장된 실랑이를 보여준다.

북한에서는 해당 거주 보안서에서 발급하는 통행증이 없을 때는 관할 구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기차표를 사서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지만, 역 주변을 타고 넘어 불법 승차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기차가 출발하고 난 후 승무 안전원(경찰)들과 열차 안내원들이 통행증과 차표를 검열하는 것이다. 승무안전원들은 통행증만 검사하고, 열차 안내원들은 차표만 검사한다.

장사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든 기차를 타야 하고, 승무원들은 이들을 단속하는 것이 일이니만큼 이러한 검열 전쟁은 매번 반복된다.

또한 90년대부터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진 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장사에 뛰어든 북한 주민들의 모습과 과거보다 질이 나아진 상품들을 통해 아래에서부터 확대되고 있는 시장경제의 징후들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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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표, 통행증 검열

= 승무안전원이 통행증을 검열하는 모습. 리만수씨는 검열하는 앞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안전원 앞이다 보니 겁이 나 촬영하지 못했다고 한다.

= 아줌마와 딸이 기차 통로에서 열차안내원에게 열차표 검사를 받고 있다. 열차표가 없다니까 여자 승무원은 때리면서 내리라고 요구한다. 아줌마는 같은 기차 안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기차표를 맡겼다고 변명한다. 아줌마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장사를 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차에서 내리면 살 길이 막막하다. 그래서 안내리겠다고 버텨 보지만 안내원의 압력에 포기하고 만다.

= 다리가 없는 이 사람은 상이군인으로 (동영상에는 또 한 사람 등장) 군대생활을 하면서 다리가 잘려나갔다. 이 사람들도 기차표나 통행증 없이 기차를 타려고 한다. 상이군인들도 국가로부터 따로 보상을 받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장사에 나선다. 지금은 제대군인이지만 그래도 힘이 세다.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생각에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 여자 열차 안내원이 7~8명 무리지어 있는 인민군 해군들한테 항의하는 장면. 군인은 따로 배치된 군인전용 객차에 타야되는데, 일반칸에 앉으려고 하니까 열차안내원이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군대가 워낙 힘이 셌기 때문에 안내원들이 저항을 못했는데 지금은 군-민 관계가 나빠져 안내원도 지지 않고 대든다. 결국 군인들이 자리를 비키겠다고 한다.

● 평안남도 양덕군 인근 역

= 역마다 얻어먹기 위해 몰려드는 꽃제비가 많다. 흔히 꽃제비가 어린아이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다 큰 어른들도 꽃제비로 떠돈다. 이 곳은 지대마저 높은 시골이라 먹을 게 없다. 역에는 장사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도 많으니까 주워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인다.

= 시골 역에 기차가 섰는데 오랫동안 출발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물을 쓰려고 나왔다. 기차가 서면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물을 팔러 나온다. 따뜻한 물이 세수대야 하나에 50원. 마을 사람들은 역에서 물, 음식, 술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식량난 이후 (뭐든지 상품화시키는)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밑바닥에서 생겨난 자생적 시장경제 징후로도 볼 수 있다.

= 역에서 장사꾼이 담배와 간단한 음식을 팔고 있다. 왼쪽 끝에 있는 것이 담배. 중국 담배와 조선(북한) 담배를 절반씩 섞어 판다. 도둑을 막기 위해서 물건 위에다 그물을 쳐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 빵, 과일, 소세지 등을 팔고 있다. 소세지는 중국제다. 과일은 중국제가 많지만 조선(북한)에서 생산된 것도 있다. 빵은 조선에서도 만들 수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소세지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중국을 이기지 못한다. 이렇게 깨끗하게 포장된 상품이 나온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누가 만들라고 시킨 것은 아니지만 자율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물건도 많아지고, 질도 좋아지고, 값도 내려갔다. 시장경제의 확대 징후라고 볼 수 있다.

● 함흥~평안남도 가는 길

= 함흥에서 평안남도 가는 도중이다. 기차에서 본 5월 농촌의 풍경. 농사가 시작하는 4~5월에는 농사일을 돕기 위해 농촌동원을 하는데, 화면에 보이는 빨간 깃발이 농촌동원이 시작됐다는 표시다.

= 평안남도 신순천 역. 평양과 한 시간 거리로 가깝기 때문에 인구도 많고 큰 역 중 하나이다. 요즘 순천이 평안도 지역에서 물류의 기지처럼 돼 있다. 신의주를 거쳐 중국 물건이 들어오고. 가까이에는 평양이 있기 때문이다. 또 신순천역은 기차를 갈아타는 곳이라,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사가 잘되는데, 함경도 청진이 이와 비슷하다.

= 기차가 평안남도 평성역을 지나고 있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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