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만나니 만도 못한 이산상봉 방식 바꿔야

2014년 2월 25일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바 있는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최근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의도와 비인도적 태도가 또다시 도져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2014년 행사는 남측에서 이산가족 455명, 북측에서 268명이 헤어졌던 가족을 60여년 만에 만났다.  그동안 이산가족상봉 행사 패턴을 보면 남측에서 북측 요구 입맛에 맞출 때 간간히 이루어져 왔다. 이런 식의 만남은 2014년 기준 상봉 대기자 7만2000명이 20년을 기다려도 다 만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상봉은 대상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생존자가 급속히 줄어들어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급박한 문제다.


지난 19일 박 대통령은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산가족 상봉재개를 북측에 촉구하였지만 북한은 늘상 해오던 버릇대로 국가원수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실명 비난을 퍼부으면서 우리의 이산가족상봉 재개 요구를 묵살했다. 북한 적십자회중앙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는 ‘고령의 이산가족고통’이니, ‘정부차원에서의 노력’이니 뭐니 하면서 우리에게 ‘이산가족 상봉재개를 촉구한다’고 수작질을 했다” “동족끼리 오갈 수 있는 길부터 터놓는 것이 박근혜 패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저질 비난과 언어폭력을 사용했다. 또한 “상봉문제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그 무엇을 할 것처럼 입방아질만 하고 북남사이의 모든 접촉과 왕래의 길을 가로막으면서도 ‘책임있는 조치’를 운운하며, 대결분위기를 더욱 악랄하게 고취하고 있다”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 비난을 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에 대해서도 “인간쓰레기 단체다” “한국내 반공화국단체들과 보수언론들을 내몰아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이 실현되지 못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듯이 떠들어대며 내외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산가족상봉은 인간의 인륜적 도덕적인 가장 원초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순순히 응해온 적이 없다. 행사가 이루어지려면 우리측이 북측의 요구를 양보 하거나 그들의 요구조건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할 때나 못이기는 척하고 한 두번 진행하다 중단 시키곤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분단으로 인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한(恨)을 갖고 있는 곳은 한반도가 유일하다. 이제는 더 이상 이산가족들이 기다릴 시간도 없다. 박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이 한 번이라도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려면 상봉 규모를 매년 60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세계 역사에서 인도적 이산가족상봉을 가지고 갖가지 이유를 붙여 방해하는 집단은 북한 김씨 일족의 3대세습 정권 외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을 거부하면서 비난하는 몇 가지 이유를 분석해 본다.


첫째는 김정은의 성격 탓이다. 천방지축이고 좌불안석인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노동당 간부 70여명을 처형한데 이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마저 숙청하여 내부적으로 불안하다. 내부 안정이 선(先) 순위고 이산가족상봉 문제는 후순위다. 둘째, 인도적 문제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여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불허 등과 관련해 고조된 대외 비난 여론을 물타기하고 이산가족문제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려는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이산가족상봉을 담보하여 시간을 질질 끌어 남측으로부터 더 많은 인도적 물자를 받기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최근의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점차 허용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5.24조치 해제를 이산가족상봉 논의의 조건으로 연계시켜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다.


이산가족상봉은 반드시 해결 되어야할 문제이지만 많은 문제점이 있다. 북한에 김씨 정권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소망하는 정례화 만남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의 정치적 의도와 대남 우위적 ‘갑질’ 태도가 이를 막고 있다. 이산가족상봉은 지속돼야 하고 이들에 더 많은 상봉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만나야 할 재북 가족들에 너무 많은 고통을 준다. 북측상봉자들은 행사 전 20여 일간 호텔 등 격리된 장소에서 사전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남측가족을 만나면 공화국의 위대성에 대해 선전하라’,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며 행사관련자들이 승인하지 않은 선물은 받지 말며 1000달러 넘는 돈을 받으면 국가에 바쳐야 한다’는 사상교육을 여러 차례 받는다고 한다. 상봉이 끝난 후에도 평양으로 데려가 또다시 사상교육을 3-4일 받는다. 이 기간 동안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남조선 가족으로부터 받은 기념품들을 빼앗아 간다고 한다.


북한의 경우 이산가족상봉은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보다는 북한당국이 선발을 하여 만나는데 그동안 자식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재남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고 한다. 이산가족상봉은 북측 금강산지역에서 2-3일 함께하는 것이 고작이다. 재북 가족들은 재남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감시와 불이익을 주어 그들에게 더 슬픔을 준다. 일부학자는 북쪽의 이산가족 만남 대상자를 돈을 주고 남쪽으로 데려오는 독일식 ‘프라이카우프’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도 우리의 북한 왕래 종교인이나 관광 목적의 국민들을 툭 하면 스파이로 억류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면 북한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기 쉽다. 지난해 이산가족을 상봉한 북한의 동생이 남한의 형에게 살아생전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예감하고 “이제 마지막이다, 울지 말고 헤어지자”며 “하늘에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한 말을 되새겨 본다. 안 만나니 만도 못한 이러한 상봉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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