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프리즘] 스스로 무장해제, 필패의 지름길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7일(현지시간) 밝혔다. /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미북 및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가 무장해제를 시사하는 조치를 연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지식인들 사이에 국가 안보에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됐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비핵화 의향을 피력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핵물질 생산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왔다. 이 기간에 89건의 불법 환적으로 석유 제품을 140만 배럴 조달하는 등 대북 제재를 회피했다고 적시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해체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여전히 비핵화와는 무관한 이벤트성 연출이라는 의구심의 목소리가 뜨겁다. 미국은 오히려 대북 금융 활동 연루 혐의로 러시아 은행 등 4곳을 제재하는 등 다시 북한에 대한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 교류와 종전선언에 치중한다. 게다가 북한산 석탄 수입에 대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한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을 내고 있다는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산 추정 석탄이 남동발전 등에 수입된 정황을 파악하고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석탄을 실어 나른 선박들은 최근에도 이렇다 할 제지 없이 드나들었다. 제재를 철저히 지키는 데 앞장서야할 한국이 미국과 엇박자를 치고 있어 한미 동맹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꼴이 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면 우리 기업이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될 수 있다.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82세)은 이른바‘남아공식 해법’을 만든 인물이다. 1990년대 초 국제사회의 보상 없이 자발적으로 신속한 핵 폐기를 추진했던 남아공은 비핵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남아공은 핵무기 제조에 성공한 후 이를 스스로 폐기한 유일한 국가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그는“북한도 의지만 있다면 단기간 내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직접 핵을 폐기한 그의 경험은 북핵 폐기 과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마음먹으면 당장이라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이라 예상됐던 북한의 비핵화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차 방북을 하였지만 김 위원장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고, 볼튼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1년 내 비핵화’라는 말은 미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용어라고 밝히는 등 냉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 자문을 제공하는 몇몇 학자가 참여해 작성한 통일부 용역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북한 핵(核)의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남북 및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북, 주변국과 아세안을 엮는 ‘가교국가전략(MLSS)’을 추진해서 평화·번영·통일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MLSS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핵화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LSS의 시발점인 비핵화는 동결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 등의 조치와 폐기단계에서는 평화체제 수립, 미북 대사관 교환, 대북 제재 전면 해제 등을 추진해 나가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동결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현재 상태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와 검증이 빠진 동결 상태에서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 결국 비핵화는 꼬리를 내리면서 북한과 대화의 틀을 유지하자는 식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북한이 바라는 인도 파키스탄식 핵보유 방식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는 셈이 된다.

문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서두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조급증에 걸린 대북정책은 실패하기 쉽다. 비핵화의 어떠한 세부 담보나 분석 검토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우리의 안보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연례 한미합동 군사훈련인 키리졸브나 독수리훈련 등은 중지되고 우리자체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도 보류 되었다.

북한군 병력은 우리의 약 2배인 118만 명이다. 여기에 병사의 복무 기간 10∼12년도 여전하다. 북한군은 10여 년 동안 휴가도 제대로 없이, 주야 장천 우리 군에 대응한 사격명중 훈련을 포함한 고난도·고강도의 체력단련·살생훈련·사상교육 등을 받는다. 이에 대응한 우리국방개혁 2.0 계획은 2022년까지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병사 복무 기간도 단계적으로 18개월까지 단축한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MDL)에 GP도 철수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스스로 국방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변화가 없는 북한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무엇을 믿고 이러는지 의문스럽다.

북한을 믿고 평화를 앞세워 우리의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스스로 패배를 조장하는 일이다. 검증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는 결코 비핵화 조치가 아닐 것이다. 강한 전력과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과 맞서야 제대로 된 대응 방안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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