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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한 북한관련 서적이 다수 출간돼 왔지만, 북한 문화예술은 ‘체제편향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활발한 연구와 출판이 이뤄지지 않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영화 연구가가 1945년 이후 북한에서 전개된 영화사를 시대와 작품, 영화사적 사건별로 정리한 책『북한영화사』(커뮤니케이션북스)가 출판됐다.
책은 북한영화를 해방 공간에서의 토대 구축기(1945-1950), 전쟁과 전후 사회주의 영화 건설기(1950-1955), 천리마 영웅 형상기(1956-1966), 주체영화의 출발기(1967-1979), 숨은 영웅 형상과 고정 창작단 활동기(1980-1991), 주체 사실주의와 변화 수용기(1992-1997), 선군혁명 영화기(1998-)로 시대를 구분하고 있다.
‘북한의 3대 혁명영화’ ‘북한 작가주의와 신상옥’ ‘완전한 사회주의 이상 <조선의 별>’ 등 북한영화를 시간에 따른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시대별 주요 작품과 인물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김정일 통치 시기 가족멜로 드라마’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이명자 씨는 대학원 재학 중 ‘남북영상비교연구’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북한영화사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남북영화사를 완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책에 따르면 북한영화의 주인공은 실의에 빠지더라도 대체로 자기극복력이 강하거나 주변 인물들에게 도움을 받고 다시 일어서는 ‘혁명적 낙관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이다.
또한 북한의 가족영화는 가족의 이사, 결혼, 부부·고부간 갈등, 연인의 결합과 반대, 세대갈등 등이 우리와 비슷한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가족영화 역시 일반적 형태의 가족영화와 같이 ‘갈등을 겪고 단단해지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책은 1973년부터 10여년간 시리즈로 제작된 북한의 가족영화 첫 편인 ‘우리집 문제’의 여배우 한길명은 그악한 악처 연기를 잘 해내 약혼자로부터 파혼까지 당한 뻔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김정화, 오미란, 최장수 등 북한 배우들과 그들의 주요 출연작도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