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을 드나드는 주민 수도 많고 물건도 있지만 정작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머니가 얇아진 주민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 외곽지역의 한 주민은 최근 진행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시장에) 물건은 있을 것은 다 있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고양이 뿔 빼고는 다 있다’고 말하는데,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먹는 것 외에는 잘 안 팔린다”고 현지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3년 전부터 모든 것이 서다시피 하니 일단 백성들이 돈이 없어졌다. 장이 차려지고 사람들은 바다처럼 많은데, 다니는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하고 실제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앉아있는 사람들은 아주 열성이다. 장사 아니면 먹고 살 방도가 없으니까 죽으나 사나 앉아있다. 장사가 안 되도 살아야 하니 거기서 소리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 이래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시장에서 옥수수나 채소 등 비교적 저렴한 먹거리 외에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 주민의 이야기다.
“전기제품, 냉동기 이런 것들은 3년 전에는 팔렸는데 지금은 아예 팔리지 않는다. 중국에서 300달러에 뽑아온 것을 (상인이) 자체적으로 150달러에도 파는데, 전기가 없어서 쓸 수 없으니 필요가 없어 그쪽에는 사람들이 얼씬도 안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사하는 사람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사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적은데, 장세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는 셈이다.
“장사하는 노인들 하는 소리가 온종일 벌었다는 것이 자기 손주 간식값 정도라는 건데, (북한돈) 5000원은 꿈같은 소리라고 한다. 장세는 먹는 것 파는 사람들은 하루 200원, 공업품이나 가방, 옷 파는 사람들은 2000원은 내야 한다. 그러니 누가 물건 팔렸다 하면 멍하니 쳐다보고 부러워서 더 악을 쓴다. 말 안 해도 눈빛만 보면 안다.”
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민들끼리 상부상조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저번에 저 사람이 내 것을 사줬으니 이번에는 내가 저 사람 것을 사줘야겠다’면서 서로 도움을 준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여실히 안다. 이제는 어디 가서 동무들끼리 술 한 잔 먹자고 하면 벌벌 떠는데, 식당 주인들은 ‘여기로 오라’고 막 소리 지른다. 친구가 주인이랑 친하면 할 수 없이 가끔 가곤 한다.”
이 같은 경제난을 보여주듯,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생도 호밋자루 둘러메고 땅에 나간다’는 말이 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얇아진 주머니 탓에 밖에서 돈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기생 노릇을 하며 돈을 벌던 사람들도 밭에 나가서 일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렵다’는 뜻의 관용구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여전히 북한 시장에서는 외화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 단위의 거래는 자국 화폐를 쓰는 경우가 흔하지만, 10만 원 이상 큰 규모의 거래는 효율성 측면에서 외화를 주고받는다는 설명이다.
“조선(북한) 화폐는 (주민들은) 인정도 안 한다. 중국 돈 아니면 달러 내놓으라고 한다. 먹는 것이야 푼돈이니까 조선 돈 주는데, 10만 원 올라가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지폐 세기) 골치 아프니 외국 돈이 편한 것이다. 조선 돈에 대해서는 ‘돼지우리에 풀떼기 같이 쌓여 있는 것을 누르면 ’푹‘하고 꺼지는데, 바로 그게 조선 돈이다.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달러는 잘 모신다. 미국은 싫다고 하면서 ‘달러 왕국’이라고 한다.”
이밖에 이 평양 외곽지역 주민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부터 없었기(가난했기) 때문에 솔직히 (제재는) 신경 안 쓴다”면서도 “압록강 다리가 주저앉을 정도로 (물건 실은 차량이) 통과하지 않나. 중국이 두 팔 벌리고 있는데 제재가 통하겠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