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 사건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음모론에 의혹까지 확산

"자기 세력을 만들려 했다" 유언비어에 "동상이몽 세력으로 몰아 주민 결속하려 한다" 의구심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온갖 반혁명적, 반사회주의적, 반인민적 행위들에 경종을 울리고 강도 높은 투쟁의 심화를 알리는 당·정·군 연합회의가 전날(10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그 측근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폭로됐고, 판결 발표와 형벌 선고도 이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10일 평양에서 개최된 당·정·군 연합회의에서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공개적으로 처벌받은 것을 계기로 북한 전사회적으로 대대적인 반부패 검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기대보다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라는 전언이다.

27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박희철 사건으로 간부 10여 명이 추가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각급 단위에서도 간부들의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비리 행위에 대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이런 내부의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선과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들어 간부들을 공개 처벌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주민들은 새삼 놀라지 않는다”며 “오히려 몇 사람 잡아간다고 현실이 달라지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민들 속에서는 “이 땅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부정부패와 연결돼 있는데 또 누구를 잡아 부패를 청산한다고 하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부정부패를 박희철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보는 분위기가 그만큼 강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박희철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가 발견됐다는 소문에 주민들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700만 달러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자 주민들은 ‘그만큼 가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느냐’,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쌓아둔 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잡힌 자나 잡는 자나 모두 같은 구조 속에서 부를 축적해 온 이들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순부터는 “박희철과 관련 간부들이 단순히 돈을 받아 챙긴 것이 아니라 당과 다른 생각을 품고 자기 세력을 만들려 했으며, 이를 국가가 미리 적발해 제거한 것”, “수령제일주의를 해치려는 조직적 움직임을 사전에 막아낸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주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음모론이 퍼지게 된 배경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소식통은 “과거 수령님(김일성) 서거, 황장엽 망명, 화폐개혁 실패 등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시기마다 주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돌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것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박희철 일당을 부정부패로 처벌했다고 하는데 민심이 예상외로 냉담하자 이제는 동상이몽 세력으로 몰아 주민들을 원수님 두리(둘레)에 뭉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밝힌 부정부패 행위 외에 실제로는 다른 정치적 혐의가 있을 수 있다는 음모론과 반대로 그 음모론 자체가 민심 결속을 유도하려고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고 보는 의구심이 동시에 확산하는 양상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는 유언비어로 파악된다. 다만 박희철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큰 데다 당국의 발표와 별개로 사건을 둘러싼 주민들의 불만과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여파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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