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참혹한 이야기…’北 개천 14호 수용소’

신동혁, 그는 2006년 8월, 완전통제구역 최초탈북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왔다. 그 존재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 그것도 한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다는 개천 14호 관리소에서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는 1950년대부터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였으며, 현재에는 화성, 개천, 요덕, 회령, 청진 등 총 5곳에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강제 수용되어 있다고 한다.

정치범 수용소는 혁명화구역과 완전통제구역으로 나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혁명화구역은 완전통제구역에 비하면 ‘낙원’이라고 한다. 요덕수용소 혁명화구역에서 10년을 보낸 강철환씨는 최근 “신동혁 씨를 보며 나는 한참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소회한 바 있다.

수용소 내에서 태어나고, 어머니와 형의 공개처형을 목도하고, 기적적으로 수용소를 탈출해 2006년 한국에 입국한 26세의 이 청년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처음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놀란 것은 그가 김정일, 김일성이 누구인지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김일성 부자 우상화가 일상화 되어 있는 북한에서 그 이름도 몰랐다는 것은 완전통제구역이 얼마나 세상과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확인케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신 씨는『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인권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 2,3세의 어린 죄수들에게 자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그들에게 죄송스럽게 느껴지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사실적이고 일상적이며 잔인하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그저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도토리를 따러 간 사촌누이가 그 어머니 앞에서 경비대에게 겁탈당하고 죽은 사건, 그 어머니 또한 이를 마을사람들에게 울부짖은 뒤 사라진 사건, 밀 5알을 숨겼다고 머리를 맞아 죽은 여자아이, 그리고 어머니와 형의 공개처형을 보고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는 자신의 회상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저 일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에도 관리소 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항의식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들 스스로 죄인이라고 느끼며 체제에 대한 불신보다는 죄인으로 자신을 낳은 부모를 원망하고, 어릴 때부터 보위원의 말을 따르도록 교육받고 사회화 되기 때문이며, 저항의식보다는 고발 시 생기는 표창을 먼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그가 살았던 개천수용소는 총 40채 정도의 집에 160세대가 살고 있다. 약 5만 명의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는데, 발전소, 농장, 식료공장, 피복공장, 시멘트 공장 등이 있어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자급자족이다. 물론 배급된 양은 항상 부족하여 식사로는 옥수수밥과 멀건 염장배추가 전부다. “사람들은 항상 배고픔에 허덕인다”는 것이 저자의 회상이다.

약 60%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따로 살게 되며 한 달에 한번 정도 휴가 때에만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지내다가 인민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는 기숙사에 따로 떨어져 산다.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에서는 덧셈, 뺄셈, 읽기만 가르친다. 나머지 시간은 노동시간이다. 저자는 “가족간의 사랑도 급우간의 우정도 없다”고 말했다.

이 수용소라는 사회를 이끄는 동력은 성욕과 식욕이다. 결혼과 배급량은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위해 배신을 서슴지 않으며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사랑한다, 행복하다, 즐겁다, 불행하다, 억울하다, 저항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러한 단어가 수용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가 탈출을 결심하게 된 것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배고픔과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함께 탈출하던 박용철씨가 전기철조망에 붙자 그를 밟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저자의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때, 일부에선 북한 주민 스스로 쟁취하도록 해야지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반면 저자는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메시지가 외부에서 전해지지 않는 한 그들 스스로는 절대 그러한 인식을 갖지 못한다”고 증언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14호 관리소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로 인해 세계가 나서서 김정일을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다』는 생생한 이야기다. 재미있다. 잔인하다. 마지막엔 슬픔과 비통함이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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