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건재함을 과시한 가운데, 공장 건설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 이틀 전 급하게 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비료 생산이 안 되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준공식이 진행돼 관련자들이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은 “지난달 28일 중앙당에서 갑자기 준공식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이틀간 건설인력들이 준공식 준비에 매달렸다”며 “미완성된 건물에 외장재를 바르고 유리를 끼우는 등 표면적으로 완공된 건물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에 파견돼 있던 군인들은 4월 말 당시 건물 내부 마감 작업 중이었으나 어떤 설명도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외장 작업을 완료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공장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동원돼 화단 조성과 공장 내 도로 청소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관계자들은 당 위원회 포치로 갑작스럽게 지시가 내려지자 내각 고위 인사의 현장 방문을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다만 현장에서는 1호 행사를 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면서 “완공이 안 된 상황이라는 것은 뻔히 다 아는데 준공테프(테이프)까지 끊는다니 인민들 속에서는 ‘현지 일군(일꾼)들이 준공이 가능하다고 가짜 보고를 올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순천인비료공장은 설비 및 자재 수입 문제로 현재 인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순천인비료공장 완공의 가장 큰 난관은 현대화된 설비 수입이며 인비료 원료분리생산 과정에 투입돼야 하는 특수 시약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앞서 북한 당국이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에 재원과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설비 부족으로 건설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농업부문 자력갱생 상징 ‘순천인비료공장’, 핵심설비 문제 난항”)
그러나 당 위원회에서는 김 위원장이 참석한 준공식 이후 ‘올해 10월 10일까지 생산라인 2개는 무조건 인비료 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생산라인 가동은 불가능하더라도 당 창건 기념일 전에는 반드시 공장에서 인비료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실제 인비료 생산이 이뤄지면 당국은 이를 정면돌파전과 자력갱생의 성과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선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한에서 소비되는 비료의 상당 부분은 중국 수입 비료가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북중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도 최근 중국산 유안비료와 질소비료가 밀반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는 장소로 순천인비료공장을 선택한 것은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농번기에 식량 증산을 고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건설이 완공되지도 않은 공장의 준공식을 1호 행사로 치른 것은 농업생산 앙양의 필수품인 비료 생산을 늘려 전 지역의 식량난을 푸는데 전당, 전군, 전민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또한 인민의 먹는 문제를 풀기 위해 힘쓰는 원수님(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첫 승전포성’이란 제목의 정론에서 순천인비료공장을 “장엄한 정면돌파전의 첫 성과”라고 자평했다. 신문은 “위대한 정면돌파전 사상이 제시된 올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전 전선에서 제일 먼저 꽂은 승리의 깃발과도 같다”며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고 선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