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남에게 예속되는 길이라며 국산품 사용을 강조해 온 북한이 국영통신사 보도사진용 카메라는 모두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품질 앞에서 사상과 구호가 무릎을 꿇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북한 국영통신사 조선중앙통신의 사진 일부의 메타데이터(사진 속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일본 기업인 니콘(Nikon)과 캐논(Canon) 그리고 스웨덴의 핫셀블라드(Hasselblad) 제품으로 나타났다.
니콘과 캐논사(社)의 제품은 보도 사진가 모임인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 2019에 출품된 사진 중 83.2%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보도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양사의 카메라가 북한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핫셀블라드 제품은 드론 카메라에 장착된 제품으로 보이며 항공촬영 부분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다.
세 제품 모두 많은 촬영에 이용되는 만큼 북한이 이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국산화와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민들에게는 자립경제가 애국이라며 외국산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단속 및 처벌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는 위선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체제유지를 위해 고립된 사회를 택했지만 일부 특권층에서만 외부 기술과 정보를 향유하는 부도덕한 모습의 압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2008년 출시된 기종부터 최고급형까지… 니콘 카메라 6종
파악된 니콘 카메라는 D90(2008년 출시), D4(2012년 출시), D800e(2012년 출시), D750(2014년 출시) D5(2016년 출시), D850(2017년 출시)이다.
D5는 니콘의 주력 모델로 지난 2월 D6이 출시 전까지 가장 최신 모델이었다. D90은 출시된 지 십 년도 넘은 제품으로 DX 크롬 센서 라인의 중급 기기다. 최신 카메라보다는 성능이 상당히 떨어진다.
- 조작 지적나온 사진 캐논 카메라로 촬영?
조사된 캐논 카메라는 EOS-700D(2013년 출시), EOS-1D X Mark II(2016년 출시)가 있다.
EOS-1D X Mark II 역시 올해 2월 EOS-1D X Mark III이 나오기 전까지 최신 모델이었으며 상당히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카메라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공개해 합성 논란을 낳은 초대형 방사포는 니콘의 D4로 촬영됐으며 같은 날 공개된 미사일의 명중 장면은 EOS-1D X Mark II로 찍었다.
- 삼지연서 드론 이용한 항공 촬영
핫셀블라드 제품 모델은 L1D-20c로 중국 기업 DJI와 공동 개발해 지난 2018년 드론 매빅2(Mavic 2)에 탑재한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지난 2월 백두산을 촬영할 때 이용됐으며 이 사진에는 다른 사진들과는 달리 GPS 좌표도 남아 있었다. 촬영장소는 삼지연시 인근이며 고도는 해발 1596.3m이다.
이런 사진속 데이터는 지우거나 조작이 간편하다.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싶으면 언제든 제거할 수 있다.
실제, 북한에서 이른바 ‘혁명활동사진’으로 불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은 편집날짜와 편집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정보는 일절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을 보도한 사진 대부분이 빨간 배경의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관련 정보를 지우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1호 행사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기 위해 북한 보도 당국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초대형 방사포 시험 발사에서 김 위원장 앞에 놓인 드론 조종기가 DJI사의 팬텀4용 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서 보도용으로 확보한 드론을 이용해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장면을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