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애정’ 창광원도 재정위기… “1, 2월 노동자 봉급 못줘”

코로나 여파로 北 봉사기관들 줄줄이 경영난..."당국, 상납금은 예정대로"

창광원수영장
평양시 창광원 수영장.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수영장, 목욕탕, 미용업소 등 서비스 기업소들이 경영난으로 노동자 임금을 체불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양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봉사(서비스)기업소들이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장사가 되질 않아 위기에 처해있다”며 “조선(북한) 최대 봉사기지인 창광원조차 1, 2월 노무자들 월급을 못 준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여파로 주민들이 외출과 소비를 자제하자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평양시 중구역 보통강변에 위치한 창광원은 북한의 대표적인 고급편의시설로 통한다. 내부엔 물놀이장, 목욕탕, 미용실, 마사지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수구, 다이빙 등 국제 경기도 가능하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대량아사시기) 때에도 전기를 보장할 만큼 김정일이 애정을 가졌던 시설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창광원조차 근로자 봉급을 못 줄 만큼 봉사 기업소 전반적으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월에는 창광원 개장 40주년(3·21)을 맞아 전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지난달 22일 “창광원의 40년은 인민 사랑의 연대기이며 수령복, 태양복의 서사시”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매체의 이 같은 선전과는 달리 창광원은 개장 이후 최대의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자 창광원은 최근 운영 체계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창광원은 매주 화요일은 외국인만 입장할 수 있게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자 화요일도 내국인 이용을 허용했다.

다만 이 같은 경우 북한 돈이 아닌 외화로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소식통은 “화요일에 창광원을 이용하려면 1층에 설치된 화폐교환 매대에서 딸라(달러)나 유로화로 돈을 바꿔야 한다”며 “국돈(내화)으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요일엔 내화를 받으면서도 기존 외국인이 이용하던 화요일엔 달러나 유로화만 고집하는 것은 부족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한 당국의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문수물놀이장이나 능라곱등어관(돌고래수족관)도 코로나로 인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능라곱등어관은 현재 잠정적으로 운영이 중단됐으며 겨울철에도 이용객이 끊이지 않았던 문수물놀이장도 이용객이 없어 지난 1월부터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소 측은 근로자들에게 체불된 임금을 ‘몇 달 후 한 번에 몰아서 주겠다’며 ‘돈표’라는 표식을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잘 간수하다 추후 재정과에 제출하면 임금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 기업소에 하달한 상납금은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우리에게 줄 돈이 남아 있을까’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각 기업소가 문을 닫는 상황인데도 계획된 상납금을 깎아준다는 얘기는 없다”며 “1분기 상납 일을 좀 늦춰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긴 하지만 결국 연간 계획은 다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소의 재정적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