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경비대에 수면제를 탄 음식을 건네고 탈북한 일가족이 결국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1일 “지난달 10일 밤 국가보위성이 국경경비대에 수면제를 먹이고 도주한 김형직군의 일가족 4명 전원을 중국 장백(長白, 창바이)에서 체포해 왔다”고 전했다.
국가보위성이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비밀 호송 작전을 펼치면서 이들이 붙잡힌 지 보름여가 지난 최근에야 일반 주민들에게 소식이 알려지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국가보위성은 ‘민족반역자를 무조건 잡아오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이 내려진 뒤 체포조 3명을 중국에 파견하고 현지에 있는 해외반탐국 보위원들과 합세해 탈북한 일가족을 체포해 오도록 했다.
일가족은 10월 초 탈북 직후 알고 지내던 중국 대방(무역업자) 집에 머물며 한국행을 시도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자 중국 대방이 가지고 있던 인삼밭 인근의 작은 집으로 몸을 옮겨 숨어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결국 국가보위성에 위치가 발각돼 체포되면서 11월 10일 밤 중국 장백현에서 김정숙군으로 호송됐다.
소식통은 “잡힌 이들은 김형직군이 아니라 신파군(김정숙군의 옛 이름) 쪽으로 들어왔다”며 “신파군 보위부와 주둔 국경경비대가 비밀리에 신파역 뒤 강에 배를 띄워서 싣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4명 모두 마대에 담겨서 곧바로 국경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실려 혜산에 있는 도 보위국으로 옮겨졌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러 내려온 중앙 국가보위성 일군(일꾼)들은 방역, 보안 문제로 도 보위국 청사 안에 따로 방을 내서 4명을 갈라놓고 조사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1호 방침’ 사안이었던 만큼 붙잡힌 일가족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 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하면서 밖에서 살 때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깨닫게끔 하려고 관리소에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현지에서는 일가족 호송에 관여한 이들과 그 가족들을 통해 전해진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가 후일담으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주민사회에는 ‘국경 봉쇄 이후 완충지대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지고 밤에도 통행이 금지돼 평소 조용했던 신파역 일대가 그날(10일) 아주 난리여서 남조선(남한) 대통령이라도 납치해온 줄 알았다’는 등의 후문이 돌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한편, 탈북한 일가족을 붙잡아 오는 데 성공한 국가보위성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도중에 ‘전문 훈련받은 간첩도 아니고 일반 주민도 못 잡아 오면 국가보위성 해외반탐 능력 상실이 아니냐’는 원수님(김 위원장)의 심려 말씀이 내려와 보위상까지 아주 난리였는데 결국은 잡아 와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으로 건너가 일가족을 잡아 온 체포조 3명은 이번 일로 실력이 검증돼 중앙에서는 앞으로 이들을 보위부 책임일군, 후비간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라며 “또 이들에게 30일 휴식을 주라는 지시가 내려와 현재 이 3명은 평양 보통강구역에 있는 국가보위성 초대소에서 국가적 휴양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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