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없고 책임만 강조”…코로나 시대 北 인민반장 지원 ‘뚝’

북한 김장
김장하는 룡성구역 화성동 4인민반원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공석이 된 인민반장 자리가 좀처럼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포착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특별한 혜택 없이 책임만 부여되고 경제난까지 겹치자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현재 도(道) 내 일부 지역에서 새로 인민반장을 새로 임명하려 했다”면서 “그렇지만 이를 하려는 주민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인민반은 행정조직의 최말단 단위로 인민반장은 이 조직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다. 인민반장은 주민의 전출과 전입, 분배, 동원, 사상 교양, 위생과 환경정리, 살림집 관리 등 모든 사업을 관리한다.

특히 북한에서 인민반은 주민 생활을 통제하고 검열하는 역할도 한다. 인민반 체계가 무너질 경우 체제결속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정권기관의 말단 행정책임자라는 명예라고 생각하고 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지금은 그 어떤 신임이나 명예보다 생존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도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인민반장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실제, 북한 당국은 인민반장에게 일정량의 배급과 급여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또한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인민반장에 대한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책임만 따지는 그런 직(職)을 하겠다는 사람은 이제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같이 명예를 위한 차원으로만 접근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않을 경우 인민반장을 맡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제 사정 악화가 이런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인민반장은 지역 인민위원회와 동 사무소의 지시에 따라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통계와 세금, 지원물자 수집을 하는 심부름꾼이다”며 “코로나19 봉쇄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생활이 더 어려워진 게 인민반장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각종 세외부담과 정책 달성 목표를 인민반장에게 하달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을 묻는다. 여기에 인민반 내 중대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당국으로부터 추궁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인민반장들은 말단에서 묵묵하게 일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의 높은 파도를 넘지는 못한 모습이다. 여기에 새롭게 인민반장을 맡겠다는 사람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전통적 가치관이나 제도에 얽매이기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반장이 되면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워하는 동네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징수하거나 노역 동원을 촉구해야 한다. 다른 가계 사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민반장에게 이런 상황은 고역이다. 인센티브가 없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악역을 자처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