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국군포로 가족 북송 진짜 원인 따져보자

지난해 10월 중국의 선양 총영사관이 도움을 요청하는 국군포로들의 탈북 가족들을 민박집에 투숙시키던 중, 중국의 공안당국에 체포돼 북송되는 일이 일어나 시민과 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대사관女’ ‘영사관男’ 등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들이 납북어부 최욱일씨 등 탈북자에 대하여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온 일련의 사건들과 겹쳐져, 한국의 외교관들이 그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비판되고 또 최욱일씨 사건의 경우 징계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군포로 가족들 북송의 경우도 안전한 피난처를 확보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선양 총영사관 직원들에 대한 비판은 정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몇 가지 법률적 입장이 충돌하고 있고 여기에 일선 공관원들이 자신의 결단으로 판단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된다:

1) 우선 한국의 헌법은 국군포로나 납북자와 그의 가족은 물론 탈북자도 한국국민으로 간주하여 외국에 있는 한국 외교부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며 이러한 판단은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고,

2) 중국의 출입국 관리법에 의하면 탈북자는 일단 불법월경을 한 범죄자로서 추방의 대상이라고 판단하며, 이러한 범죄자를 한국 외교부에서 보호할 수 없다고 중국 측은 주장하고,

3) 중국이 1982년 비준한 1951년 난민협약 제33조는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4) 중국 스스로 “국제 인권법은 중국법으로 구속력이 있으며 중국은 국제법에 해당하는 의무조항을 존중하며 중국 국내법과 국제 인권법이 상충할 때는 국제협약이 우선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위의 4가지 해석을 잘 살펴보면 설사 한국헌법에 규정된 북한주민들의 한국국적 문제를 중국영토에서 주장하기 힘들고 중국법에 따라서 탈북자들이 북한국적을 갖고 있다 인정하더라도, 국제난민협약에 의해 탈북자는 북송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국제난민협약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경우 중국측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막무가내’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은 탈북자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접근하는 것을 그냥 막무가내로 막고 있고, 한국으로의 귀환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인도주의에 입각하여”라는, 그리고 필요하면 강제수용소와 처형이 기다리는 북송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즉 중국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강만길 교수의 견강부회 ‘관변 대북관’

문제는 한국정부가 중국측의 이러한 태도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수용하긴 하지만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 체제의 위협요인 중 하나인 탈북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더 나아가 탈북을 장려하는 모양새는 절대 취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정부와 중국정부는 ‘탈북은 북한체제의 위협이고 그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야 한다’라고 본다는 점에서 탈북자에 대하여 적대적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마도 영사관 직원들에게는 ‘탈북자가 몰려오지 않게 친절하지 않게 대하되, 그렇다고 해서 북송되는 것은 한국 국내여론악화로 인해 피해야 한다’는 지침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고 보면 대사관女, 영사관男의 태도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른 한편 자칭 민족주의 역사학자인 강만길교수는 중국의 탈북자 송환의 근거인 불법월경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그의 책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에서 다음과 같이 옹호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중국은 혁명에 성공한 직후이면서도 이 땅에서의 북진통일을 막기 위해 참전하여 엄청난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만약 북녘 정권이 무너져 한․미․일 동맹세력이 북녘 땅 전체를 덮치게 되면, 그때의 엄청난 희생이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 우리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봐도, 지금 중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북녘이 동독처럼 무너지는 것을 미리 막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세계의 여론이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녘 주민들을 난민으로 대우해 주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김일성의 남침을 유엔군이 방어하고 그 근거지를 발본색원하는 것은 전쟁의 생리상 필연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히틀러나 도죠의 침략전쟁을 격퇴하면서 독일이나 일본의 국경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듯 말이다. 그러나 강만길교수는 유엔군의 북진통일이 “북녘 땅 전체를 덮치는” 것이고, 당시 중공이 의용군을 보낸 것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장이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으로 보아 ‘입장을 바꿔 보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듯이 지금 중국의 탈북자 북송정책 역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사관女 영사관男, 김대중-노무현 대북관이 원인

우선 이러한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를 자칭 민족주의자라는 학자가 거리낌 없이 인정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는 탈북자의 고통과 북송후 북한의 강제수용소에서 겪는 고초에 대하여는 그의 책 전체에서 단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차라리 그는 한 조선족 동포를 인용하면서 “만약 북녘 정권이 동독처럼 무너져서 남녘에 의해 흡수통일이 되면, 지난날 동족상잔을 겪은 만큼 북녘 동포들은 조선족 동포보다 더 심하게 당할 것이 뻔하다는 것입니다. (…) 게다가 결국 북녘사람들은 남녘 사람들의 종이 되다시피 할 터이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대로 견뎌야 한다고 말하더군요”라고 말해야 옳을 듯하다.

강만길교수에게는 한국에서 조선족 동포가 받은 어려움과 북송 후의 탈북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같이 놓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듯싶다. 그러나 이러한 견강부회의 뒤에는 6․15선언 제2조의 ‘낮은 수준의 연방제 통일’에 대한 강교수의 집착이 있다.

현 김정일 체제와 연방제를 하려면, 일단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켜야 하고, 유지시키려면 어떤 종류의 북한체제 위협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해야 하고, 김정일 체제와 연방이든 연합이든 통일을 하려면 그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또 어느 체제도 자기를 버리고 다른 체제에 흡수되고 싶지는 않으므로, 처음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한 국가 내에서 공존하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새로운 체제 “X”로 통합․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 강만길교수의 통일론이다.

어느 누구나 형식적으로 자신의 통일론을 피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통일론을 내용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하여 현재의 거악을 정당화하는 것, 그것은 히틀러의 제3제국이나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 뒤에 학자들의 이론적 집착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이론적 집착이 어린아이라라도 알 수 있는 상식적 판단을 흐리게 하였다는 점과 비교할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친북좌파 학자들의 좁고 좁은 학문관과 역사관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르러 학문의 영역에서 튀어나와 관변 사관으로, 관변 통일관으로, 관변 대북관으로 되었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자신들의 대북정책이 역사적, 학문적으로 근거 있다는 믿음 뒤에는 이런 학자들의 ‘현실참여’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중국의 한 영사관에서 일어난 일은 결코 영사관 직원에 국한된 지엽적인 일이 아니다. 이 정권의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이, 그리고 편향된 역사관이 근본적으로 반성되고 재정립되지 않으면 안 되는 또 하나의 증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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