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핵안보회의에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를 포함, 국가수반급 인사 58명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건국 이래 최대 국제행사로 기록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전후한 24일부터 6일간 27차례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반도 주변 주요 4강 정상들이 참여하는 만큼, 장외에선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 등과 관련한 양자·다자 회의도 활발하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상들과 국제기구들은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등 핵물질 악용 방지와 테러집단으로의 유입 차단이라는 목표 아래 서울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 의제에 북핵 문제는 제외됐지만 핵안보회의가 남한서 열리는 것 자체가 북한에 ‘비핵화 메시지’ 등 우회적인 압박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NK는 전봉근 핵안보정상회의 자문위원, 한충희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대변인의 자문과 국립외교원의 핵안보정상회의 자료를 통해 서울 정상회의와 관련된 궁금증을 10문 10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1.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에서 북핵 문제는 왜 제외됐나.
핵안보는 테러리스트 집단 같은 ‘비(非)국가행위자’들의 핵 테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비국가’들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특정 국가를 지목할 수 없다. 또한 정상회의는 전원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어떤 의제에 대해 특정 국가가 반발하면 그 논의는 이뤄질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는 핵확산금지조약(NPT)·국제원자력기구(IAEA)·6자회담 등 기존 국제기구에 의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아 주요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다.
Q2. 북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체계는 없나.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통해 북핵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만큼, 회의를 진행하면서 관계국 정상들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발언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한 회의장 밖에서는 관련국 정상들 사이에서 이와 관련해 양자, 혹은 다자 간 협의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중국·러시아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자연스럽게 북핵 문제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앞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북핵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다양한 채널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Q3.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나.
핵안보정상회의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 사용을 줄이자는 것과 불법 핵거래를 중단하자는 대원칙 하에 개최된다. 이 두 가지 원칙은 북한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에 대한 제재와 핵기술의 해외 유출 억제도 가능하다.
또한 주요 핵보유 국가들 정상들이 한 자리에서 핵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핵 비확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불법 핵개발과 실험을 해온 상황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도 공고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서울회의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그 무슨 성명 발표 따위의 도발이 있을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만큼 북한이 이번 회의에 대해 압박감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Q4. 세계적인 행사를 남한이 개최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나.
북한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자극을 받아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축제 격인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1989년)’을 유치했다. 당시 북한은 국력에 걸맞지 않게 행사에 과도한 재원을 들여 국가 부도 상태에 직면한 바 있다. 청년축전 이후 북한 경제가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능라도 5·1 경기장, 동평양대극장 등 각종 건설비용과 초청비용으로 총 32억 달러를 소비했다. 1989년 북한의 재정규모가 152억달러였다.
반면 남한은 88서울올림픽 이후에도 월드컵·G20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동계올림픽 등 세계적인 행사를 차례로 개최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과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과 같이 세계적인 행사를 남한이 개최하는 것에 북한은 상대적으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Q5. 정상회의 기간 중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은.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사이버테러·항공기교란·휴전선 부근의 통신교란 등 북한의 직간접적인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북한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영종도 일대의 GPS를 교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부분의 각국 정상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기 위한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제2 연평해전’을 일으킨 바 있다.
Q6. 1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요 성과물은 무엇인가.
1차회의서 채택된 ‘워싱턴 코뮈니케’를 통해 핵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방조치를 강화하자는 합의를 도출했다. 당시 참가국들은 11개 분야 50대 과제로 구성된 핵안보 협력 조치에 합의했다. 또한 참가국 중 30여개국이 국가별 자발적 공약을 발표했다. 캐나다, 멕시코, 우크라이나, 칠레, 카자흐스탄 등이 무기급 핵 물질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에 대한 이전과 폐기를 약속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1만7천개에 해당되는 68t의 무기용 플루토늄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핵안보 관련 협약 비준, 세계핵테러방지구상 가입, IAEA 핵안보기금 기여 확대에 여러 나라들이 동의했고 핵안보훈련센터 설립은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이 약속했다.
Q7. 이번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1990년대 초 구(舊)소련이 해체되면서 위성국가들의 핵시설과 핵물질 관리문제가 대두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1993년부터 지금까지 총 2000여 건의 각종 핵·방사성 물질의 분실, 절취, 불법거래가 신고됐고 소량이지만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의 분실, 도난도 20여 건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세계 정상들은 핵테러를 21세기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4월 5일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군축, 핵 비확산 등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후 ‘4년 내 세계 모든 핵물질의 안보 확보’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목표로 2010년 1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Q8.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의미와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이번 정상회의 개최로 우리나라가 9.11테러 이후 국제안보 논의에 주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주최국이 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또한 북한의 심각한 핵위협 하에 있으면서도 핵 비확산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으로서 대한민국 국력과 위상을 제고시켜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경제, 금융에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핵안보회의를 주최함으로써 경제뿐 아니라 안보분야에 있어서도 국제사회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Q9. 서울 핵안보회의의 주요의제와 ‘서울 코뮈니케’ 내용은 무엇인가.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핵테러 대응’ ‘핵물질 및 핵시설 방호’ ‘핵물질 불법 거래 방지 방안’과 작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가 된 원자력 안전 문제,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조치 등이 논의된다.
‘서울 코뮈니케’는 전문(全文)과 핵물질과 방사성 물질 관리, 핵시설 방호, 불법거래 방지 등 핵심 이슈와 함께 10여 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주요 핵 안보 의제별 목표와 구체적 이행조치 등의 내용이 담긴다. 또한 워싱턴 합의 이행을 점검하고 독려하기 위해 국가별 핵안보 이행조치 추진결과를 기술한 ‘국가보고서’를 자발적으로 제출받아 발표한다.
Q10. 정상회의 참가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참가국은 어떻게 결정되나.
서울 정상회의에는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UN, IAEA, EU, INTERPOL) 대표가 참석한다. 1차 회의와 비교해 6개국과 1개의 국제기구(인터폴)가 추가됐다. 참가국들의 GNP는 전 세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인구 규모도 80%를 차지한다. 국가원수를 비롯한 대표단, 내외신 언론 3700여 명을 합하면 최대 1만여 명 이상이 서울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 참가국은 의장국인 한국이 결정한다.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하는 나라 중 실질적으로 국제사회의 핵안보 및 핵비확산 노력에 협력하는 국가중에 결정된다. 핵보유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여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핵안보 관련 협력도 참가국 선정의 주된 기준이 된다.
북한,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은 국제사회에서 ‘핵’으로 악명이 높아 초청받지 못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며 핵 개발을 강행해온 데다 두 차례 핵실험으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참가 자격이 없다.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물질을 보유한 이란과 시리아, 리비아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