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 유학생의 출국금지 조치를 또다시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유학생들의 출국 금지 기한을 한 차례 더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중국 유학생들의 출국금지 기간이 4월 17일까지로 또다시 연장됐다”며 “이에 따라 유학생들은 빠르면 4월 말 늦으면 5월 초에나 중국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출국금지 대상이 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평양 중앙대학에 다니다 중국 현지 대학에 편입한 학생을 비롯해 외국어학원(외국어고등학교)을 졸업하고 중국 대학에 입학한 학생, 평양에서 대학을 마치고 중국 현지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 등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유학생들은 북한 당국의 출국금지 조치에 따라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 등에서 온라인으로 본 대학의 수업을 들으려 했으나, 중국 측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으로 출석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중국 측과의 조율에도 난항을 겪자, 내부에서는 아예 휴학을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유학생들이 나가지 못하는 기간이 또 늘어나자 휴학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국가에서 나가라고 해도 안 내보내려는 부모들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국가승인 하에 러시아 등 다른 나라로 유학지를 옮기려는 시도를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언어적인 문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유학생들을 국내 대학으로 돌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일단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거나 공부한 이력이 있으면 해외파견 일꾼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해외 유학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유학생들이 많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에서는 현재 유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주고 지도교수도 붙여주는 등 상당한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유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인민대학습당 전자도서관이나 김일성대, 김책공대, 평양과기대 전자도서관 등 국가가 지정한 곳에서 자습 식으로 예습을 하고 있고, 하루 공부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지도교수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급히 귀국해 중요 학습자료를 미처 챙겨오지 못한 학생들에게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구해주겠다’면서 교재도 보장해주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국 유학생들은 당국의 이 같은 배려로 출국금지 조치에 대체로 순응하는 분위기지만, 중국 현지 학우들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린 일부 유학생들은 초조함을 내비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다 편입 유학한 학생들의 경우 국가가 등록금을 내주지만 생활비용은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친구들에게 돈을 꾸기도 한다”며 “그런데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다시 중국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자 돈을 꾼 유학생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북한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다 집안 대결로까지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중국에서 유학하는 북한 학생들은 차라리 친한 중국 학우들에게 돈을 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유학생들이 중구역에 있는 봉화역 앞 국제통신국에 가서 국제전화라도 하려니 보위부가 정보를 유출한다는 이유로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현지에 전화도 못하고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유학생들은 ‘중국 친구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본보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중국 유학생들의 출국을 금지했으며, 출국금지 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했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北, 방학 맞아 임시 귀국한 중국 유학생 ‘출국 금지’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