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정보기술 인재 확보를 위한 전문 고등학교를 대거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대학에는 해외에서 운영 중인 공학인증 제도를 적용하는 등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16일 “평양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190여 개의 정보기술 부분 기술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들이 새로 나오게 된다”면서 “이미 우리나라(북한)의 주요 공업지구들과 농촌 지역, 수산기지들에 기술고급중학교들이 창설되여 수많은 기술인재를 육성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고급중학교는 한국의 특성화고와 비슷한 개념으로 북한이 지난해부터 시, 군에 설치하기 위한 노력한 결과물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보통교육 부문에서 각 도에 11개의 정보기술고급중학교를 새로 만들었다면서 모든 시, 군들에 기술고급중학교를 1개씩 선정하여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매체는 “지식경제 시대, 정보산업 시대인 오늘날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기술의 역할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면서 “전국의 모든 도, 시, 군(구역)들에 정보기술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고급중학교들을 새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기술고급중학교 창설은 집권 초부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내세우며 인재육성을 강조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정책은 대학에도 적용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독특한 수재교육과 공학교육’이라는 글을 통해 “(김책공업종합)대학의 특성에 맞게 공학교육(CDIO교육)을 받아들였다”며 “공학교육은 학생들이 자체로 구상하고 설계한 다음 제작도 하고 운영까지 진행하는 교육학적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창조적 능력을 높여주는 혁신적인 교육 방법”이라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CDIO교육을 적용한 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정숙사범대학 등이다.
CDIO는 인식(Conceiving)하고 디자인(Design)한 후 실제 현장에서 실행(Implement)하며 운영(Operate)하는 교육과정을 뜻한다.
CDIO는 공학교육 과정의 개편과 혁신을 위해 미국 MIT, 스탠퍼드 대학 등 세계 공학 교육을 선도하는 140여 대학이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개발 운영 중에 있다. 협의체 가입 학교들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공학인재 육성 커리큘럼 및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CDIO 홈페이지에 공개된 가입 학교 명단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북한 대학은 없다. 협의체에 미가입한 상태에서 개념과 교육과정만 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외부와 단절된 폐쇄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세계 교육의 흐름, 기술 개발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류와 협력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창의적 인재 육성도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북한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방침은 체제 공고화와 국가발전전략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전국교원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교육정책과 전망’에서 “근래 들어 정치 사상적 측면에서 교육의 중요성보다 과학기술과 경제력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정보화시대라는 거시적 변화와 북한의 국가발전전략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 북한체제의 안정성 등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직후에는 권력 승계의 정당성 확보와 통치 이데올로기 공고화 차원에서 정치 사상교육에 강조점이 두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내부적으로 통치체제가 공고화되면서 과학기술교육 강화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제 공고화가 어느정도 이뤄진 상황에서 북한 교육이 혁명 사상 중심에서 과학기술 쪽으로 조금씩 무게를 옮기고 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