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베 특사’ 방북 수용 왜?…”국면전환 활용”

북한이 일본 아베 정권의 사실상 ‘특사’ 방북을 전격 수용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압박 국면에서 북일 대화를 통한 관계개선 움직임은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우방인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심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의 ‘도발 패턴’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국면을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고립은 심화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 전개에 김정은 정권이 국면전환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민감한 아베 정권을 선택했을 수 있다.


또한 한·미·일 3각 대북압박 공조를 흔들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3일부터 한·중·일 3국을 차례로 방문, 대북압박 공조를 재확인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 한미 양국에 방북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 김정일과 ‘평양선언’에 합의했을 때와 판박이다. 당시 한반도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제2차 연평해전(6월)으로 ‘경색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으로 한·미·일 3각 공조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은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參與. 자문역)의 방북에 대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대북정책 원칙을 밝히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압력으로 납치, 핵, 미사일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납치문제는 정부의 책임으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마 참여가 아베 총리의 방북 등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정은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정상회담을)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약사항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아 정국 운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 주재 한 일본 언론사 특파원은 데일리NK에 “이지마 참여가 납치문제를 담당한 인사라는 점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주되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일 경우 북한은 대가로 대북지원이나, 상당한 금액의 과거사 보상금을 조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일본은) 국가적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을 해야 했었다”고 강조한 부분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일 관계 최대 현안은 핵문제가 아닌 납치문제라는 것을 아는 김정은은 이번 방북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대화로 현 제재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과거사 문제로 배상금을 뜯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정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 “중국까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팔을 뻗을 수 있는 곳은 납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키는 북한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최근 중국과의 문제도 발생하면서 방북 특사를 파견해 납치문제도 해결하면서 남북관계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