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당국의 각종 국산화 과제로 관계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포착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무역 중단과 대북 제재 대응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산화 정책이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수유나무(쉬나무) 기름을 원료로 하는 겔(gel)형 세숫비누를 개발하였는데, 이를 지방의 화학 공장에도 무조건 도입하라는 정책과제가 하달되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이 겔형 비누는 생산에 필요한 기름을 수유나무 기름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완전한 국산화는 아니라는 평가다.
또한 그들은 북한의 화장품공장의 화장품과 비누생산용 원료의 국산화 비중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누생산에 필요한 기름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기름 정제, 색감, 비누화 반응에 필요한 각종 첨가제들은 거의 수입 원료에 의지해 왔는데, 왜 갑자기 국산화 정책을 강조하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화학공장에서 비누제조설비는 어떻게 두드려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설비의 성능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에너지와 원료가 부족하여 기업들은 외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점점 국산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노동당 지도부와 내각은 요지부동이다. 북한 지도부는 시종일관 이런 실정을 무시한 채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최고위 관료들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소득(인민의 피땀으로 형성된 자원)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고, 이러한 생활에 만족하면서 인민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금이 국산화를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시기인가’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사례를 보면 먼저 선진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는 자기 것만 고집해서는 생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서로 성장을 위해 이념과 체제를 불문하고 상호협력의 길로 나가고 있다. 북한도 폐쇄와 고립의 ‘자력갱생’ 수렁에서 벗어나 투명한 경제 운용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