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백신 수급 발등에 불 떨어져… “무엇이든 일단 들여와라”

美, 南에 백신 제공 약속하자 해외 주재원에 긴급 지시...소식통 "도입 시기 빨라질 가능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복구 현장에 동원된 조선인민군 부대의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우리 군에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이후 북한 당국이 백신 대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국이 어디든 효과가 입증된 정품이라면 인민군에 우선 접종할 계획이라는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해외에 파견돼 있는 간부급 주재원들에게 백신 확보에 대한 지시가 하달됐고 여기엔 중국산 백신이라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들여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실 북한 당국은 시노백과 시노팜 등 중국의 코로나 백신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南 선택한 백신 우리도…” 北, 내달 말 백신 접종 시작할까)

특히 최근 경제 부문 고위급 간부가 중국산 주사제를 투여받은 직후 사망하면서 평양 주요 병원에서 중국산 의약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백신 샘플 연구에서도 중국산 백신을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사제 투여 후 고위 간부 사망…김정은 “중국 의약품 싹 치워라”)

중국산 의약품에 대한 불신을 여러 차례 드러냈던 북한 당국이 갑자기 기존 입장과 다른 지시를 내린 배경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한국군 장병 55만 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북한 군 당국이 심리적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현재 북한 군 내 코로나 관련 증상자와 사망자가 몇 명인지에 대한 내부 집계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소식통 전언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군 전체 병력의 20~25%에 해당하는 인원이 격리 중이다.

코로나 관련 증상으로 격리된 병력이 증가하면서 3교대로 돌아갔던 근무를 일부 부대에서는 2교대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제공받으면 군 병력을 접종 대상 상위그룹으로 편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병영 생활을 하는 군부대의 특성상 민간인보다 군인 코로나 의진자(의심환자) 수 증가 폭이 커서 군인들의 백신 접종을 우선 고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측에서 백신을 공여받을 경우 백신 접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하고 접종 후 모니터까지 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하자 북측이 난색을 표해 다소 마찰을 빚었다는 게 고위 소식통의 주장이다.

WHO를 통해 공여받은 백신으로 군인들을 접종하기 어려워진 데다 한국군이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북한 당국도 부랴부랴 군에 제공할 백신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 해외에 파견돼 있는 외교부문이나 정찰총국, 무역일꾼들에게 백신을 최우선 도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만큼 북한 백신 접종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식통은 “군뿐만 아니라 사민(민간인)들도 의진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증가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우(위·당국)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있는 만큼 왁찐(백신) 도입 시기가 빨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