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44> 탈북자들이 보내는 반공화국삐라

3만 탈북민들은 국민으로 받아준 한국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북한보다 50배 이상 앞선 남한의 정치, 경제, 문화발전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런 소식을 담아 고향으로 보내는 것이 ‘대북전단’이죠. 오른쪽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사진=림일 작가 제공

김정은 위원장! 공화국에서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등지고 썩어빠진 미제의 식민지 남조선(한국)으로 도망간 혁명의 ‘배신자’(탈북자)가 자그마치 3만 5천 명인 것은 알고 있습니까. 별로 흥미가 없어 몰랐다면 이제라도 다소 아시오.

제가 평양의 노동자 가정에서 28년간 살아봐서 알지만 공화국은 인민이 수령(대통령)을 비판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되는 사회이지요. 외국의 방송, 출판물을 무단으로 접하면 ‘간첩’ 혹은 ‘반혁명분자’로 몰려 정치범수용소에 갇히고 청년들은 10년간의 군사복무로 일생에 한 번뿐인 청춘시절을 고스란히 당국에 바친답니다.

전체 인민은 극히 소량의 국가식량 배급에 의존해서 정부가 시키는 ‘공공노동’을 하며 살아가죠. 지방의 친인척과 지인의 집을 방문하려고 해도 국가승인을 받아야 하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의 거주이전 및 유동이 전혀 불가능하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모든 인민은 유년시절부터 종신토록 각 계층 조직에 가입되어 학습회, 강연, 생활총화, 행사, 군중대회 등 온갖 정치활동에 참여하며 삽니다. 이처럼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조선노동당의 야만적 주민감시 및 통제, 짐승 같은 강제노역이 싫어서 사생결단하고 여기 남한으로 내려온 3만 5천의 탈북민이랍니다.

우리 탈북민들은 한국에 와서야 비로써 역사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았습니다. 우선 동족상잔의 비극, 참혹한 ‘6·25전쟁’이 바로 당신의 조부 김일성 수령이 소련(현 러시아)과 중국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남침 목적으로 개시한 것이죠.

그 전쟁의 잿더미서 한국은 세계 영토대국인 러시아보다, 14억 인구대국의 중국보다 잘 사는 세계경제순위 10위권의 발전된 나라로 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조선업 1위, 자동차생산업 6위, 반도체생산 1위이며 하계 및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멋진 국가이죠. 그리고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한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국민 누구든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그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해도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지역에 살아도 되는 거주 및 유동의 자유가 있고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으니 여기 서울이 평양보다 100배는 낫죠.

과히 경이적이고 계속 발전하는 한국의 현실을 하나라도 고향의 부모형제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3만 탈북민들의 간절한 염원입니다. 하여 기필코 대북 삐라(전단)를 북녘의 하늘로 보내고 있는 것이죠. 굳이 비유하면 당신이 명절 때마다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조상(시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당신도 민족의 일원인데 다소 가슴 벅차지 않은가요? 한 강토의 절반에 있는 동포들이 그래도 지난 60여 년간 끔찍한 전쟁의 폐허에서 세상 사람들이 극찬할 정도의 눈부신 정치, 경제, 문화 발전을 이룩했으니 말이지요.

간청하건대 당신 인민의 지도자라면 남한의 탈북민들이 보내는 ‘반공화국삐라’(대북 전단)를 보고 화내지 말고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시오. 한 가문의 3대 세습독재 정치로 공화국의 세계경제 순위가 150위 밖에 있는 창피스러운 현실을 말이죠. 그로해서 전체 인민들 과반이 멀건 죽을 먹는 비참한 모습도 말입니다.

공화국 영공을 향해 알게 모르게 탈북민들이 보내는 ‘반공화국삐라’를 애꿎은 남한정부에 부탁해서 제지하기보다 당신이 변해보시오. 독재정치중단, 핵 폐기, 개혁개방이 있다면 굳이 탈북민들이 힘겹게 대북전단을 보낼 필요가 없겠죠.

2021년 6월 7일 –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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