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만날 ‘탈북소녀 한미가족’은 누구?

▲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한미네 가족 ⓒ연합

28일(현지시간) 오전 부시 대통령과 만나는 김한미 양 가족은 지난 2002년 5월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시도하다 끌려나온 장면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중국 공안에 의해 끌려나오는 엄마를 바라보는 두 살배기 한미 양의 사진은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김 씨 가족은 그보다 한 해 앞선 2001년 중국 주재 UNHCR에 진입해 기획탈북의 첫 포문을 연 길수 가족의 친척이다.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던 것은 한미 양의 아버지 김광철씨와 부인 이선희 씨, 할머니인 정경숙씨, 삼촌 김성국 씨 등 총 5명이었다.

◇ 숨 막히던 보름간의 ‘탈북망명’ 일지

▲ 2002년 5월 중국 선양의 일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는 김 씨 일가족 ⓒ연합

김 씨 일가족은 98년 할머니 정 씨를 시작으로 4년에 걸쳐 탈북과 강제송환, 재탈북을 거듭하며 망명 기회를 노려왔다.

2002년 5월 8일. 김 씨 가족 5명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허핑구의 일본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김관철 씨와 동생인 성국 씨는 진입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세 명의 여성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중국 공안에 의해 저지당한다.

한미 양의 어머니인 이선희 씨는 끌려 나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다가 업혀 있던 한미(당시 2살) 양을 떨어뜨리고 만다. 사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어린 딸의 무표정한 얼굴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영사관 안에 들어가 있던 한미 양의 아버지와 삼촌도 15분만에 끌려나오고 말았고, 나머지 가족과 함께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구금된다. 영사관 진입 시도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김 씨 가족의 송환을 촉구하는 국제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다.

일본과 한국, 중국 정부는 이들의 신병을 처리하기 위한 물밑교섭을 벌이게 되고, 그 결과 김 씨 가족은 사건 발생 보름만인 22일 강제추방형식으로 중국을 떠나 마닐라를 거쳐 23일 한국에 입국하게 된다.

◇ ‘한미 양 가족’ 일본 영사관 진입 사건이 남긴 것

▲ 한미 양의 어머니인 이선희씨가 중국 공안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연합

한미 양 가족 사건은 목숨을 걸고 자유의 세계로 떠나려는 탈북자들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이들을 난민으로 허용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한 이 사건은 탈북자 문제가 북한 내부의 문제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관된 국제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탈북자 망명에 대처하는 각 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기회도 됐다.

사건 당시 일본 영사관은 중국 공안이 영내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끌고 가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과도한 탈북자 단속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김 씨 일가족이 원했던 미국 망명 행을 사실상 거부한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일었다. 한국 정부 또한 발 빠른 대응을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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