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보위성 합동그루빠, 혜산서 불법 손전화 사용자 ‘소탕작전’

코로나19 방역 내세워 밀수꾼, 브로커 등 요시찰 대상 23명 잡아가…주민사회 분위기 '뒤숭숭'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에 중앙당 법무부와 국가보위성 합동그루빠가 내려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불법 손전화기(휴대전화) 사용자들을 소탕하겠다는 목표하에 현지에서 브로커로 활동하는 주민들을 대거 잡아들였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지금 혜산에 중앙당 법무부와 국가보위성 합동그루빠가 내려와 있다”면서 “합동그루빠가 온 뒤 국가보위성 10국(전파탐지국)이 주민 23명을 잡아들였고, 이들은 현재 보위부 구류장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합동그루빠는 앞서 이달 초 불법 손전화기를 사용해 밀수하거나 돈 이관, 인신매매 등의 브로커 활동을 하는 주민 중 세 차례 이상 관련 전과 기록이 있는 ‘요시찰’ 대상 23명을 잡아들였다.

이들 23명은 양강도와 혜산시 보위부, 안전부, 검찰소가 따로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던 대상들이었는데, 합동그루빠가 혜산에 내려와 다짜고짜 명단을 요구하더니 보위성 10국 타격대 인원을 동원해 붙잡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합동그루빠는 밀수꾼이나 브로커들이 불법 손전화기를 사용해 외국과 통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은 물건이나 돈을 들여와 문제가 생기고 있으니 방역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이들을 없애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주민들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합동그루빠는 도나 시의 보위부, 안전부, 검찰소가 봐주기 할 수 있다면서 이번 소탕 작전에 아예 손을 대지 못하게 자기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며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까지 혜산의 불법 손전화기 사용자들을 전부 초토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합동그루빠는 붙잡은 23명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남성 주민들의 머리를 빡빡 깎여 구류장에 넣었다는 전언이다. 머리 깎였다는 것은 사실상 죄수 취급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류된 이들이 4월 15일 전에 교화소에 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합동그루빠가 붙잡아간 주민들을 아예 예심과에 앉혔다는 말이 돈다”면서 “지금 주민들은 예심에 들어가면 최소 단련형 3년인데, 이들은 5년 이상 노동교화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붙잡혀간 23명은 “혜산 사람 5명 중 1명이 중국산 손전화기를 쓰니 다 우리와 똑같이 처리하라”면서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행위를 하다 현장을 들킨 것도 아닌 상태에서 별안간 구속돼 처벌받을 처지가 되자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혜산 주민들은 합동그루빠가 불법 손전화기 사용자 소탕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소식에 두려움을 내비치면서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합동그루빠가 태양절 전까지 성과를 올리고 가겠다는 심산이니 그때까지는 되도록 조용히 있어야 한다면서 모두 숨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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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한편, 이달 3일부터 한 달간의 봉쇄령이 내려진 혜산에서는 최근 도 인민병원 격리병동에 있던 8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병원 측에서는 폐결핵이라고 설명했지만, 당국이 사망 직후 이들의 시신을 모두 불태우면서 내부에서는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망자 중 3명은 개천교화소에 있다가 지난해 10월 10일 계기 대사령으로 출소한 이들로, 추방지가 아닌 혜산에 불법 거주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오다 방역소와 안전부의 불시 검열에 걸렸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들은 단속 당시 발열과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격리시설에 수용돼 있던 중 증세가 심각해져 도 인민병원 격리병동으로 옮겨졌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10년 넘도록 열악한 교화소에서 멀쩡히 살더니 출소 몇 달 만에 사망했다면서 코로나가 무섭긴 무섭나보다고 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최근 혜산에는 각종 잔치를 열지 말고, 제사는 일일장(一日葬)만 치르라는 중앙의 방침이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민심 이반을 우려해 혜산 시내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봉쇄를 다소 완화하면서도 감염 우려가 큰 다수의 모임은 금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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