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내각 첫 확대회의 ‘개혁노선’은 없었다

북한이 22일 박봉주 총리 취임 이후 첫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해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과 전국경공업대회의 과업 관철, 올해 1/4분기 인민경제발전계획 총화(평가) 및 2/4분기 인민경제발전계획 대책 등을 논의했다. 


북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통상 전(前) 분기 예산 총화와 성과분석, 다음 분기 사업에 대한 방침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기존 최영림 전 총리의 관리형 내각이 아닌 개혁성향의 박봉주 총리의 지휘 아래 북한이 어떤 경제적 돌파구를 보여줄지 관심을 모았다.


박봉주 등장 이후 첫 내각 확대회의였지만 기존 노선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지난 정치국 확대회의 핵-경제 병진노선과 경공업대회 결과 이행이 그대로 내각 회의에 반영됐다. 회의에서는 경제강국 건설과 주민생활 개선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강조해 북한이 올해 중하반기에 국정운영에서 경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당시 경공업대회에 참석해 인민소비품을 생산하는 단위의 공장 가동 정상화를 촉구한 바 있다. 박봉주가 실무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생산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내각 확대회의에서는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 결과와 관련 “대외경제사업을 개선 강화하여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비열한 제재와 봉쇄책동을 짓부수고 경제강국 건설에 유리한 국면을 열어놓기 위한 데서 나서는 과업과 방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통한 대외교역이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른 국가와의 금융 및 무역 거래는 최대한 은밀하게 진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때문에 제재 회피를 위한 방안이 토의됐다는 것은 대외적 수사일 가능성도 있다.  


민주조선은 이날 회의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는 핵연료 생산 확대와 이미 밝힌 영변 흑연감속로 재가동, 핵 분야 인재육성 방안 등에 대해 토의했다”면서 “아울러 통신위성 등 실용위성 개발 등을 협의해 사실상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기로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우라늄 탐사 등은 인민경제를 다루는 내각이 아닌 제2경제위원회(군수경제 담당) 산하에서 진행하는 문제이다. 제2경제위원회는 당 중앙위 비서국 산하이다. 그런데도 내각 확대회의 결정서 형식으로 핵과 미사일 발사 지속을 선언한 것도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각도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박봉주 내각의 ‘개혁 노선’에 대한 언급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박봉주는 총리 취임 이후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준비돼온 6·28경제관리 개선방침을 본격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제강국의 위상이 뚜렷하게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개혁 노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봉주는 3월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치국원으로 지명된 뒤 4월 1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각 총리에 재임명됐다. 박봉주는 2002년 7·1조치를 고안하고 실천한 인물로 북한 경제개혁을 상징한다.


김정은은 자신이 올해 신년사부터 전면에 내세운 경제 강국 구호를 실현할 적임자로 박봉주를 발탁했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이 갖는 대외 환경의 악화, 제한적인 개혁 노선으로는 박봉주의 개혁노선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