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비핵화 해법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괴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2차 미북정상회담의 결렬 후 북한 비핵화 해법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로 미북정상회담까지 개최됐던 지난해에도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도 한미 양국의 대북 인식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다간 이 문제로 동맹의 균열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

정치학자 액셀로드(Robert Axelrod) 등이 주장한 이른바 ‘단계적 상응(Tit-For-Tat )전략에 따르면, 1단계로는 조건 없이 상대방에게 협력해주고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2단계에서는 협력의 지속 또는 보복을 결정하는 것이 상대를 대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한국이나 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대해 그동안 1단계의 협력을 충분히 실행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기대된 반응(비핵화)’이 없었기 때문에, 심지어는 더욱 은밀하고 교묘하게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었기에 2단계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북한에게는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 아니,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달랐다. 그들이 말하는 비핵화란 궁극적으론 미국의 그림자를 이 땅에서 완전히 없애는 것을 뜻한다. 자신들도 핵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한국과 미국, 더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를 기만하는 거짓말이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하여 1차 미북정상회담부터 올 2월 말 제2차 미북정상회담까지 북한이 6개 가량의 핵무기를 제조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이 기간 동안 북한이 6개의 새로운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풍계리 핵실험장도 상당 부분 기존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부터 동창리 미사일 엔진기지의 위성사진을 자세히 분석한 전문가들은 해체의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고, 오히려 발사대 주변의 단지가 확대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까지 나서 완전한 폐기를 주장했던 풍계리 핵 실험장에도 주요 시설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미국 매체인 NPR과 CNN이 북한의 로켓 제조시설인 평양 인근의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생산된 미사일을 동창리로 이동시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태는 2차 미북정상회담의 결렬 후 추후 있을지 모를 미북협상을 대비해서 북한 당국이 동창리의 위협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전략 차원의 노출일 수도 있으나,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새로운 길’이 ‘과거 대결로의 회귀’임을 보여주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엑셀로드 등이 제시한 1단계 협력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는 2단계 대응으로 넘어가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협력에 상응하는 ‘기대된 반응’으로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2단계에서 국제사회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핵 사태가 이렇게 급반전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여전히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고무하고 비핵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는데 경협 등을 통한 남북협력이 과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구상 중인 남북협력안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많다.

트럼프 정부는 제재 강화 움직임으로 북한에 대응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의 대북 원칙은 ‘협력의 계속’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계적 상응전략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 같다.

대북 인식에서 나타나는 한미 간의 엇박자와 최근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중단이 어우러지면서 66년 된 동맹관계의 균열로까지 확대될까 우려스럽다. 향후 북한 당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실시된다면, 한국 정부도 대북 원칙의 수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어 항시적 위협이 되고 미국은 한반도를 떠나는 최악의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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