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기간 평북 국경서 탈북·밀수 5건 발생…경비대 총 맞아…

국경 지역 주민사회 내 공포감·불안감 확산…일부 주민들 "현실 모르고 이민위천 떠드니 화난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사진=데일리NK

8차 당 대회 기간 북한 평안북도 의주, 룡천 등 압록강 국경 지역에서 총 5건의 탈북 및 밀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탈북을 시도하거나 밀수에 나선 주민들이 국경경비대가 쏜 총에 맞아 죽거나 다치면서 국경 주민사회에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당 대회 기간에 평안북도 국경에서는 2건의 도주 사건과 3건의 밀수 사건이 있었다”며 “당시 국경경비대가 즉각 총탄을 발사해 주민 3명이 현장에서 즉사했고 2명은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들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도 보위부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주민 2명 중 1명은 오른쪽 허벅다리 관통상을, 나머지 1명은 복부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벅다리 관통상을 입은 주민은 일단 목숨은 건졌지만, 평생 다리를 절게 될 수 있는 상태며 복부 관통상을 입은 주민은 중상이라 살아날 가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8차 당 대회 기간 국경연선 지역에는 당직근무 지휘관에 30발, 군인들에게는 70발씩 실탄이 공급됐다.

다만 총기 오발 사고를 내선 안 된다는 상부의 방침이 매일같이 내려오고, 실탄은 유사시에만 사용하라는 참모부의 지시도 있어 실제 군인들은 당 대회 기간 총기 사용을 극도로 조심하며 하루하루 긴장된 채로 지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런데도 실탄을 발사해 주민들이 사상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그만큼 당시 국경 지역에서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탈북을 시도하려는 주민이 연선 강가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발견됐다면 공포탄 발사에 그쳤겠지만, 중국 측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순간에 발견돼 국경경비대가 조준 사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밀수 사건의 경우에는 밀수를 끝내고 돌아오던 주민이 경비대의 단속에 걸려 달아나자 경비대가 급히 이를 제지하려고 도망치는 주민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건이 있고 나서 군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과감하게 쏴라. 비법(불법) 행위를 하는 순간부터 공화국 인민이 아니다. 당에서 하지 말란 짓을 하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해라’ ‘전염병이 사라질 때까지 국경에서는 최전연(최전방) 초소처럼 경계근무를 서야 한다. 국경은 곧 방역의 전초선이다’고 강조하며 사상교양사업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북한 군 당국은 주민들에게 총을 겨눠 다치게 한 군인들에게 연대장 표창을, 사살한 군인들에게는 인민군 표창을 내리고 대대적으로 치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반면 당 및 행정기관 일꾼들은 주민 관리를 똑바로 못했다는 것으로 곧 있을 당 대회 기간 조직·기관별 총화(평가) 보고에서 심한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경 지역 주민사회 내에서는 자칫하다가는 인민군의 총탄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실 당 대회 기간에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밀수도 하고 중국으로 넘어가려는 주민들이 꽤 있었다”면서 “큰 행사 기간에는 웬만하면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진짜로 총을 쏘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단박에 쏴 죽이면서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민들은 “엄포용으로 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짜 인민을 향해 쏠 줄 몰랐다” “이제는 옛날의 군대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렇듯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점점 경직돼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다 먹고 살기 어려워 그러는 것인데도 위에서는 현실을 모르고 계속 ‘이민위천’ ‘인민대중제일주의’만 떠드니 더 화가 난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