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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개최된 제6차 적십자회담이 최종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채 25일 폐막했다. 남북은 전쟁시기 이후 납북자의 생사 및 주소확인 작업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합의문 대신 개최사실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납북자 가족들은 비록 북측과의 협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2000년 이후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가족들은 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압박해 나갈 것을 요구하며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의지가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주문했다.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는 “이번에 8.15 행사가 성대히 치러져 북측의 태도도 좀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가 크면 안 되겠다”며 일단 아쉬움을 표했다.
최 대표는 “가족 입장에서는 아쉽긴 하지만, 이번엔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이번 노력을 인정해주고 싶다. 앞으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더 힘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납북자 가족협의회> 최우영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납북자들이 찬밥 취급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정부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회담 결과에 만족해 했다.
최 대표는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성과라고 볼 수 도 없겠지만, 이번 회담에서의 의지를 다음 장관급 회담까지 끌고 가서 대북지원을 납북자 문제와 연계하는 방법 등 다양한 협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발성으로 끝나선 안돼
그는 “북한은 전 세계가 우려하는 납치테러 행위를 저지르고도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통일과 남북화해를 외치는 북한의 속내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회담이었다”고 북한의 불성실한 자세를 비판했다.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도 “전쟁시기 납북자들은 대부분 사망했지만, 전쟁 이후 납북자들은 생존해 있기 때문에 북한이 협의를 꺼리는 것 같다”며 “전쟁시기 행불자는 계속 논의할 것으로 폭넓게 얘기됐기 때문에 앞으로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군포로가족모임> 서영석 대표는 “이번 적십자 회담도 실질 내용이 없는 말뿐인 회담이었다”며 “국군포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가 없었던 만큼, 정부가 좀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도록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전쟁시기와 그 이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많은 부분에서 의견 접근이 있었으나, 전쟁시기와 그후 문제를 제외한 합의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앙대 법대 제성호 교수는 “정부가 모처럼 제대로 된 대응을 보인 것 같다”고 짤막히 평가하면서도 “단발성의 보여주기 식 행사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한국정부는 과거에도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했다가 북한이 완강히 거부하자 뒤로 물러선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면서 “이번만큼은 이 문제에 대한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