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홍 후보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 몇가지

남주홍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에 내정된 것과 관련해 비토하는 의견이 거세다. 요지는 대체로 단순해 보인다. 남교수가 대북초강경론자로 분류되는 “한국판 네오콘”이기 때문이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발간된 그의 저서 제목마저『통일은 없다』인데, 이런 인사가 어떻게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적합하냐는 거다. 이들 중 일부는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까지 찾아가 반대 기자회견까지 했다는 소식이다.

반대자들의 이러한 주장과 행동에 대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만큼 지난 수년 동안 이들이 참여하고 주도했던 대북정책의 관성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에 따라 그동안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대북정책도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인내를 당부하고 싶다.

더군다나 남 교수는 이들이 우려하듯이 “한국판 네오콘” 또는 “대북 초강경 대결주의자”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남 교수의 저서와 강의를 접한 필자가 보기엔, 남 교수는 대북정책에 있어 대단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을 펴왔던 학자다. 물론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란 기준이 어떤 거냐고 따져 논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남 교수가 무모한 남북 간 대결을 조장하고 당장 북한을 붕괴시키자고 달려들거나, 또 북한의 노회한 전략가들과 악수하고 합의서 만들었다고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이 보장된 것처럼 떠드는 아마추어는 아니라는 얘기다.

남 교수의 대북인식과 안보 및 통일정책 논리를 단순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북한은 우리의 ‘동족’인 동시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적(敵)’이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민족의 화합과 동질성을 찾아가는 ‘통일정책’과 적의 정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안보정책’으로 나뉜다. 이 두 정책은 상호 병존하는 관계로 균형이 필요하나, 분단관리 시기에는 원칙적으로 안보정책이 통일정책을 이끌어가는 모태가 되어야 한다는 게 남 교수의 기본인식이다.

남북관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우선시 하는 현실주의

이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대북포용정책과 다르다. 두 정부의 대북정책은 ‘동족’을 우선에 두고 통일정책이 안보정책을 압도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서해교전이나 미사일 발사, 핵 실험, NLL 등 안보문제가 터질 때에도 통일정책에 밀려 효과적인 안보정책을 펴보지 못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두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적 외면을 자초했고, 정권이 바뀐 지금 조정의 수술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남북 간 상호주의에 대한 남 교수의 입장은 ‘전략적 상호주의’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다 구체적이다. 그는 통일정책의 경우 포용적 차원에서 비상호주의, 정경분리식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으나, 안보정책에서는 반드시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남 교수는 남북관계의 핵심은 여전히 군사안보관계이며, 따라서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없이는 어떠한 화해와 협력도 의미가 없다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서는 비상호주의적 입장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리라 전망된다.

또한 남 교수는 남북한 통일과정을 세 가지 단계, 즉 분단관리-위기관리-통합관리 단계로 구분해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분단관리 정책은 현존 휴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문제인데, 휴전체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지 않고서는 평화체제로의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통일이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것이라면 일차적으로 휴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분단관리 정책이 확고하게 수립되고 착실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단관리 정책은 통일문제와 엄격히 구분하여 북측의 NLL 준수 문제 등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시기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째, 위기관리 정책은 남북관계의 각종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우발 및 돌발사태의 발생도 불가피하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통일과정에서 남북이 단독 혹은 공동으로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배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위기는 남북한 충돌위기와 남북 각자의 내부 위기 발생의 경우를 분리하여 구상하고, 이를 다시 전자는 우발적인 것과 고의적인 것, 그리고 후자는 우리의 사상전이나 북체제 및 정권의 급변사태 등 내부의 위기가 남북관계의 위기로까지 확대되는 경우 등을 세밀히 구분해서 종합적인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바탕의 북한 변화 전략능력 중시

셋째, 통합관리정책은 말 그대로 남북이 하나로 되는 과정인데, 이는 앞서 언급한 분단관리와 위기관리 정책의 논리적 결과로서 구상되고, 그 성패 여부도 전적으로 이 두 정책의 향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역으로 분단관리와 위기관리 정책은 궁극적으로 통합관리 정책의 성사에 목적을 둬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통합관리 정책은 국가통일보다 민족통일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민족동질성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이는 독일과 예멘 등 분단국의 통합과정의 교훈이기도 하다.

이렇듯 남 교수의 안보 및 통일정책론은 통일 전 단계의 분단 및 위기관리, 그리고 보다 실질적인 통일과정상의 통합관리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 전 단계에서 장차 통일에 대비하여 미리 할 수 있는 일과 통일완성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구분하여 각 분야별로 체계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과 관련해 남 교수는 확고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대전제로 두고 있다. 또한 강력한 한-미안보동맹을 바탕을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전략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그 만큼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남 교수는 북한의 시장화와 개혁개방을 통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바라고 있다.

통일정책은 단지 대북문제를 넘어 대외문제인 동시에 국내정치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민족적 차원, 국가적 차원을 넘어 북한인권문제 등 문명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현안을 풀어가는 실타래이기도 하다. 앙상한 이념적 프레임에 기초한 편견을 벗어나 다양한 세력의 경쟁적 보완관계의 설정이 필요하다.

필자는 남주홍 교수가 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이시기 엉클어진 안보 및 통일정책의 실타래를 푸는 개척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