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 ‘국방위원장’ 호칭 써줄 필요 없다

후계 결정 과정에서 김정일은 삼촌 김영주, 계모 김성애가 후원하는 이복동생 김평일 등과 후계 경쟁을 치열하게 진행했다.


당시 김정일은 자신이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김일성의 신임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김일성 우상화 작업에 성과를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故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은 어린 나이부터 정치적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김정일은 1959년 고급중학교 졸업반 시절 모스크바 21차 공산당대회에 참가한 김일성을 수행했다. 모스크바를 방문할 당시 김일성은 47세로 원기 왕성한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김일성이 외출할 때마다 김일성의 팔장을 끼고 부축하는 행동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나이와 경험이 일천함에도 수행원들을 직접 불러 김일성 수행에 나서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모스크바 유학을 권유 받자 ‘나는 아버지에게 배우면 충분하다. 외국 유학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1970년대를 전후하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부장으로 선전매체를 장악하면서 김일성으로부터 큰 심임을 받게 된다. 그 비결은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를 신격화 단계로 높인 점에 있었다.   


김일성 개인숭배운동은 과장된 찬양과 상징조작, 날조된 과거 행적의 선전, 사상교육 등의 형태로 전개되었다. 김일성 이름 앞에 붙는 경칭과 찬양의 수사는 무려 180여 가지에 달했다.


김일성을 호칭할 때에는 그 이름 앞에 최상의 수식어와 최상의 경어가 붙여졌다. ‘경애하는 수령’, ‘어버이 수령’, ‘탁월한 영도자’, ‘가장 걸출한 지도자’에서 ‘김일성 그이는 한울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어로 마치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하나님에 대한 경칭보다 더 많은 수식어를 붙였다.


이와 더불어 김정일은 당시 혁명5대 가극인, ‘꽃파는 처녀’, ‘피바다’, ‘당의 참된 딸’, ‘금강산의 노래’, ‘밀림아 이야기 하라’를  발표, 김일성의 항일활동을 집중 부각시켜 김일성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결과 후계자로 안착하게 된다.


김정일은 1992년 4월 13일 김일성에게 ‘대원수’ 칭호를 부여함으로써 호칭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김정일 자신도 ‘장군님’ ‘영광스러운 당중앙’, ‘친애하는 지도자’, ‘존경하는 지도자’, ‘영명하신 지도자’ 등 김일성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최고 지도자에 걸 맞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일반 방송매체나 종북 성향의 남측 인터넷매체들도 올해 4월15일 “故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라고 보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김일성에 대한 ‘주석’ 존칭어를 그대로 인용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은  남측의 국가원수에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이명박 역도’ ‘ 역적패당’ ‘불한당’ ‘무리’등의 표현을 쓴다. 심지어 최근에는 우리전방부대의 김부자를 향한 전투 구호를 문제 삼아 악의의 찬 남측의 국가원수 모독을 이어가고 있다.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 정권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정상회담 등 계기가 있을 경우에는 이름 뒤에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붙이지만 일반적으로 이 당시에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이에 비해 남측의 언론들은 자유분방한 북한 보도를 하면서도 김정일에게 필요 이상으로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붙여왔다.


통일부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실명 비난이 최근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기, 국가와 함께 국가를 상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베를린제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지난달 11일 ‘조평통 기자회견’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4월부터 석 달간 총 166회에 걸쳐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우리는 북한에 지원해줄 것은 다해주면서도 호칭 하나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김정일에 대해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국방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반드시 붙여야 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봐야 한다. 김정일은 북한 권력에서 수령의 위치를 가지고 있고 국방위원장이라는 현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반 역사성과 반 인민성, 대남 혁명 전략,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고려할 때 그에 대한 존칭은 우리 사회의 지성과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우리 대통령에 대해 선동적이고 비상식적인 비난을 일삼는데도 우리 정부나 언론이 일관되게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유태인 학살)가 들어났는데도 프랑스 르몽드지가 ‘히틀러 총통’이라고 불렀다면 유럽 지성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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