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초기 교화소 줄이며 ‘인권’ 지적에 대응했지만…

[북한 비화➅] 北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 여전…실질적 인권개선 없이 국제사회 초점만 흐려

2020년 북한 내 교화국 산하 교화소 운영 현황. /그래픽=데일리NK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북한 내 구금시설의 열악한 실태와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지적하며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유엔 역시 북한의 즉각적인 인권 침해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15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2년 집권 초기 인권 문제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집권 첫해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대사령(특사)을 내렸고, 이례적으로 수감자들의 형기를 최소 1년부터 최대 5년까지 감형하도록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그해 대사령으로 출소한 이들의 생활을 인민보안성이 책임지고 잘 돌봐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당시 교화소 교화인 전용 기관지 ‘새출발’과 교화국 강연자료에는 ‘비록 99%의 잘못이 있더라도 1%의 량심(양심)만 있다면 우리(당)는 당신들(교화인)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들이 반영됐다.

한편으로 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구금시설 체계를 더욱 명료하게 정리하면서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처벌, 조사, 구금, 형 집행 체계를 나름대로 정비해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북한 형벌의 종류는 노동단련대(1~6개월), 노동단련형(1~3년), 노동교화형(1~15년 및 무기), 사형으로 나뉜다. 주민들은 죄의 경중에 따라 단련형 구금시설과 교화형 구금시설에서 각각 형기를 채우는데, 국제사회는 이러한 구금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강제노동 등 심각한 인권유린에 주목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1월과 8월에 각각 평안북도 동림교화소와 황해북도 승호교화소를 단련형 구금시설로 바꾸는 조치를 단행했다. 평양시민권과 공민권이 박탈되는 교화소를 공민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단련형 구금시설로 대체해 형벌의 수위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주민 교화·교정기능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내적으로는 당과 대중의 이탈을 막아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결핵, 간염 등의 질병을 앓는 수감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별도의 교화소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은 강원도 천내군에 설치된 교화소를 인민보안성 교화국 산하의 유일한 질병 치료 교화소로 지정해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2개의 교화소가 사라졌지만, 그곳에 수용돼있던 수감자들은 다른 교화소로 이감됐을 뿐 형량이 줄어들지도 공민권이 회복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화소에서 단련형 구금시설로 바뀐 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데일리NK 소식통은 1일 “오히려 교화소였다가 단련형으로 된 곳은 지도원(보안원)들이나 초병(하전사)들이 단련생을 교화생 다루듯 해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정신·육체적으로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화소들이 단련형(시설)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교화소로 된 일이 한두 번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당국은 교화소에 들어갔다 나온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여전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혁명의 수도’ 평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격리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평양시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평양시민들은 교화소에 들어갔다 나오면 국경 지역을 제외한 지방 임의지역 보안서에 인계돼 가족 친척도 없는 외딴곳에서 평생을 거주해야 하는 환경에 처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정치성이 짙은 인민보안성 관리소와 국가보위성 정치범관리소(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며, 철저히 은폐시키려 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인권 실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음에도 북한 당국은 공식적 구금시설 체계 정비와 그에 따른 인권개선만을 부각하며 논의의 초점과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인민보안성 교화국 산하 교화소 현황(2020년 1월 기준)
1. 개천교화소(평남 개천시) ※여성무기수 7관리과 포함
2. 증산교화소(평남 증산군)
3. 백토교화소(평북 신의주 백토리)
4. 강동교화소(평양시 강동군) ※강동본소-남성교화인, 형제산 1개 관리과-여성교화인 수용
5. 동림단련대(前 동림교화소, 평북 동림) ※2012년 1월 단련대로 변경, 이후 평양시 단련형자 수용
6. 성간교화소(자강도 성간군) ※2012년 2월부터 군수공장이 많은 자강도의 비밀 보장을 위해 따로 교화소 증축. 자강도 주민들은 제6교화소에만 수용
7. 사리원교화소(황북 사리원)
8. 승호리 노동단련대(前 승호리교화소, 황북 승호군 화천) 2012년 8월 단련대로 변경
9. 함흥교화소(함남 함흥시) ※남성무기수 관리과 포함
10. 천내교화소(강원 천내군) ※결핵, 간염 등 질병을 앓는 교화인 수용
11. 덕원단련대(前 덕원교화소, 강원 원산) ※김정일 집권 시기인 2011년 11월 단련대로 변경
12. 전거리교화소(함북 회령시 전거리) ※강 건너편은 중국 산허(三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