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열 칼럼] 북한 수중전력과 우리의 ‘안이한 안보인지 감수성’

김정은_잠수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지난해 7월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라는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공개했다. 기록영화의 장면 중에는 지난해 8월 김정은이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아 배에서 내려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으로 향하는 모습 등과 함께 북한이 2016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1형’을 시험 발사하는 데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포급 잠수함(2천t급)이 운항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로미오급(1천800t급) 잠수함 20여 척을 비롯해 상어급(325t급) 잠수함, 연어급(130t) 잠수정 등 70여 척으로 구성된 수중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이들 수중전력은 해상교통로 차단 및 교란, 기뢰 부설, 수상함 공격, 특수전 부대 침투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함정 노후화’를 이유(주력 잠수함인 로미오급 잠수함의 경우, 1960년대에 생산이 중단된 함종이다)로 들어 북한의 수중전력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음 몇 가지 점에서 북한의 수중전력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단히 치명적인 무기체계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잠수함정의 은밀한 기동성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대잠(對潛)작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매우 좋은 사례가 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2007.11.11.)은 “중국 잠수함 한 척이 최근 일본 남부와 대만 사이에서 훈련 중인 미 함대의 대잠 경계망을 뚫고 함대 중심에 자리 잡은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 근처까지 접근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 항공모함이 훈련에 참가할 경우, 통상 10여 척의 수상함과 핵잠수함, 그리고 정찰기 등이 철통같은 경계를 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쉽사리’ 경계망이 뚫린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드넓은 바다에서 잠수함을 탐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수중전력의 활동은 어떠한가? 북한 잠수함정이 대한민국 영해에 침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1996년 9월 상어급 잠수함이 강릉 해안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된 것, 1998년 6월 양양 해역에서 유고급 잠수정이 정치망에 걸린 것, 그리고 2010년 3월 연어급 잠수정이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 등 세 번이다. 휴전 이후 끊임없이 대남도발을 자행해 온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암초에 좌초되고 그물에 걸리고 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매우 민망한 일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의 본질은 우리에게 있다. 동해안에서의 수중침투 기도 이후, 우리 군은 대잠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북한 수중전력의 침투 흔적은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다. 북한이 우리의 대잠 능력에 위축되어 수중침투를 자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천안함 폭침 도발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천안함 폭침 이후 10년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북한 잠수함정의 흔적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확인된 세 번의 침투 외에도 북한의 잠수함정들이 ‘은밀성’을 방패로 우리 영해를 안방처럼 들락거렸음이 분명한데도 이를 한 번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잠수함정이 은밀하게 수송할 북한 특수전 부대의 전투력이다. 앞서 언급한 상어급 잠수함으로 강릉 해안에 침투하여 정찰 활동을 벌인 공작원들은 복귀를 하던 중에 잠수정이 좌초되어 해상 복귀가 불가능해지자 육로를 통한 복귀를 위해 상륙했고, 우리 군은 이들에 대한 소탕 작전을 개시했다. 소탕 작전은 같은 해 11월 5일 특전사 요원이 마지막 잔존 공비 2명을 사살함으로써 작전을 최종 종결시킬 때까지 총 49일간 이어졌다. 그동안 우리 군은 10여 명에 불과한 이들 공작원을 소탕하기 위해 일일 지상 작전 투입병력 평균 43000여 명, 연인원 총 150만 명에 달하는 육·해·공군이 참여한 대규모 작전을 벌였다. 유사시 이들 특수전력이 우리 후방에 동시다발적으로 침투한다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북한의 재래 전력은 수중전력이다’고 토로한 전(前) 주한미군사령관의 언급을 새삼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그런데 북한은 현재 능력만으로도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수중전력에 더해 치명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노동신문(5.9.)은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개발 완성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 발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SLBM 개발을 만천하에 밝힌 것이다. 이날 신문에 공개된 탄도탄에는 붉은색의 커다란 글씨로 ‘북극성-1’이라고 적혀있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바지선 발사’, ‘수중 발사 사진은 포토샵’이라고 하는 한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북한이 잠수함 탄도탄 기술을 완전히 개발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추정하는 등 의미를 축소했다. 또 지난해 10월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의 수중발사대에서 북극성-3형을 발사한 데 대해, 실제 SLBM을 3발까지 쏠 수 있는 잠수함 능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문제에 대한 SLBM의 위협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다. 북한은 북극성-1호를 시험 발사한 이래 지난 5년 동안 SLBM의 성능을 꾸준히 개선해 왔으며, 지난 7월에는 김정은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하기도 했다. 이제 북한은 조만간 SLBM 잠수함을 ‘위풍당당하게’ 작전 배치하고, ‘강위력한 자강력’을 갖췄다고 되풀이해서 선전할 것이다. 그에 반해 –언론에 공개된 바로는- 우리는 북한의 SLBM 개발과정을 영화 관람하듯 보고만 있었을 뿐,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침공하면 바로 반격하여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호언(豪言)만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이와 함께 ‘북한 미사일은 위협적이지 않다’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발언과 같이 위험한 안보 상황을 외면한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 발사는 신년을 맞이해 즐기는 대동강변 축포처럼 일과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를 향해 발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안보 최고책임자들의 ‘안이한 안보인지(認知) 감수성’ 때문에, 북한이 대남무력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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