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 당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는 등 보름 넘게 공개활동을 중단한 상황에 수도 평양의 간부들 사이에서도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상층 간부들 그리고 그들과 접할 수 있는 돈주들은 원수님(김 위원장) 건강에 문제가 있나 살짝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며 “’어떤 치료를 받았다더라’ 하는 식으로 이야기도 하면서 병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간부들은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이 40여 일 만에 지팡이를 짚고 공개석상에 등장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거나 가족력이 있는 심혈관 질환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평양의 간부들과 무역일꾼 및 그 가족들은 최근 나돌고 있는 사망설에 대해서도 대체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사망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고 그가 현재 모처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사망인 경우 2~3일 내 부고가 뜨기 마련인데 사망설이 불거진 뒤로 이미 수일이 지났음에도 부음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간부들은 이를 뜬소문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간부들은 평소 원수님 건강 문제에 대해 평가를 못 한다”면서도 ”다만 일부 가족들이나 진짜 속을 주는 사람들끼리는 ‘담당 의사들은 원수님 건강관리도 제대로 안 하고 국가 공급이나 타 먹고 뭐 하고 있나’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대해 직접 말은 하지 못하지만, 주치의들에게 초점을 맞춰 이들을 비난하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면서 우려를 내비치곤 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소식통은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김여정 후계자설과 관련, “현재(실제) 상황이라면 3대 세습이 끝난다는 판단이 많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습에 대한 간부들의 부정적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충성심이 완전히 높은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경제를 발전시켜서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지덕체와 풍모를 갖추고 실력적으로도 능력 있는 사람이 내각을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게 일반적인 간부들의 생각”이라며 “여자나 뚱딴지같이 다른 백두혈통을 내세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한편, 평양에서는 올해 태양절에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두고 ‘충격적이다’ ‘혼란스럽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광명성절(2월 16일·김정일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는 것과 태양절에 참배하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에, 간부들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선군시대를 비판도 하고 고난의 행군으로 나라가 붕괴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도 했으니 2·16에 안 가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4·15는 다르다”며 “등장하자마자 수령님처럼 보이려고 하고 선대에 대한 충성 있는 영도자로 인민의 마음 속에 들어왔는데 수령님 생신 때 꽃바구니만 증정하고 안 갔다는 것은 충격적이고 다들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매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생일 기념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빼놓지 않고 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격화되던 지난 2월 광명성절에도 수행단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까지 참배에 나섰으나, 올해 태양절에 이례적으로 참배에 불참하면서 건강이상설, 신변이상설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