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지시를 두고 북한 당국이 ‘최고존엄(김 위원장) 전략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주민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장군님(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남측 정부가 현재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의 강연이 최근 진행됐다”면서 “남조선(한국)이 쩔쩔맸었다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주재하면서 인민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 이 결정에 한국 정부가 안도감을 나타내고 대북정책의 변화를 고심한다는 내용의 강연이 진행됐다는 이야기이다.
소식통은 “이날 강연회에서는 ‘남조선이 우리민족끼리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미국에 굴종하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난도 이어졌다”며 “미제와 괴뢰도당(한국)에는 그 어떤 평화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유지시키려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주민들의 긴장감이 풀어져 자칫 사상적 이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주민들은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에 ‘그럴 줄 알았다’ ‘싸우면 질 것 같아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등의 다소 비판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소식통은 “보통 사람들은 (김여정의 대남압박을 보며) 전방지역에 골치 아픈 확성기를 겨우 없앴는데 그걸 한순간에 말아 먹으려는 행동은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아니나 다를까 (대남군사 행동을) 보류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저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젊은 사람들은 보통 남조선과 미국보다 무기 수준이 너무 떨어져 싸우면 질 것이 뻔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면서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살기 힘든데 그냥 전쟁이나 하지 왜 보류했냐’는 식으로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외부정보를 자주 접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한미 동맹의 군사 전략적 우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느껴진다. 또한 노인들은 힘든 현실에 대한 푸념을 적극적으로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 이후 주민 통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보류 결정 이후) 당국의 통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특히 중국 손전화기(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단속되면 예전에는 돈만 주면 풀어줬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웬만한 사람은 중국 전화기를 켤 생각도 못 할 정도다”면서 “요즘 분위기가 상당히 스산하다(뒤숭숭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근 북한은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대거 도입하는 등 내부정보 유출 행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부통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이런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北 통신도청 설비 들여와 지역마다 설치 중…내부 감시·통제 강화)
특히 북한에 있는 탈북자 가족이 한국과 연락하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들어 중앙과 도(道)에서 새로 온 검열대 성원들이 탈북자 가족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다”며 “언제부터 언제까지 돈을 받았는지, 특히 남쪽과 어떻게 연락하면 되는지 등을 매일같이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는 탈북자 가족을 담당한 시(市) 보위부 소속 보위원들은 돈을 뜯어먹고 눈을 감아줬지만 새로 온 검열대 성원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요즘 정세 때문에 가장 힘들어하며 죽는다고 아우성치는 대상은 북쪽에 남겨진 탈북자 가족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