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지역 주민 다잡는 北… “비사회주의 행위 짓부셔야”

내부 정치사업 자료 추가 입수…주민 체제 이탈 가능성 차단 주력

국경연선정치사업자료
북한 당국이 지난 7월 발간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철저히 짓부셔버리자’라는 제목의 국경 지역 주민 정치사업 자료.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국경 지역 주민들의 체제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내용의 사상교육 자료에 이어, 내부에 만연한 비사회주의적 행위들을 근절해야한다는 내용의 강연도 진행해 국경 지역 주민들을 다잡고 나선 것이다.

데일리NK는 최근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철저히 짓부셔버리자’라는 제목의 ‘연선주민 정치사업 자료’를 입수했다. 총 4쪽 분량의 해당 자료는 지난 7월 발간됐으며, 이를 중심으로 한 강연은 9월 초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본보가 입수해 보도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본 판이한 두 현실’이라는 제목의 정치사업 자료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발간됐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최근 국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상교육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국경지역 北주민 사상교육 자료 입수…”남조선 어린이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내부 결속에 나선 북한이 곧이어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없애야한다고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강력 단속에 나서겠다는 점을 선포한 셈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국경 지역 주민들의 체제 이탈 현상을 방지하고, 결속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번 정치사업 자료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은 당의 두리(둘레)에 굳게 뭉친 일심단결과 사회주의 제도를 안으로부터 허물어보려는 적들의 내부 와해 책동을 철저히 짓부셔버리고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지키고 빛내이기 위한 심각한 정치투쟁, 계급투쟁”이라며 비사회주의 행위 근절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북한은 ▲유색금속 등 나라의 자원을 밀수·밀매하는 행위 ▲가짜술·가짜약품 등 가짜 상품과 불량식품을 만들어 파는 행위 ▲불순출판선전물을 유입·유포시키는 행위 ▲종교·미신 행위 ▲마약 행위 ▲이색적인 옷차림과 몸단장을 하고 다니거나 이색적인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행위 ▲불법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행위 ▲여성들의 매음행위 등을 대표적인 비사회주의적 현상으로 지적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이 같은 행위를 ‘사회주의 경제를 침해한 범죄’,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로 분류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과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개별 주민이 개인집에 미용실 등을 차려 돈벌이하는 행위 ▲자동차 등 교통수단이나 개인식당 등을 불법으로 기관에 등록하고 사람을 채용해 돈벌이를 하는 행위 ▲개별 주민이 개인집에 의료기구를 들여와 돈벌이를 하는 행위 등 북한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본주의적 행위들을 문제 삼기도 했다.

북한은 자료에서 이를 일일이 열거한 뒤 “이러한 현상들은 그것이 크든 작든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우리 내부에 정치적불안정과 혼란을 조성하여 당과 국가의 존엄 높은 영상(이미지)을 훼손시키고, 당의 경제정책에 도전하며 인민들을 우롱하는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며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현상들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에 모두가 떨쳐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한 인민보안성(경찰청) 포고문이 발포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가짜 상품을 만들거나 밀수, 밀매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한 인민보안성 포고문이 발포됐는데, 지금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와의 투쟁을 강도높이 벌리지 못하고 있다”며 “원인은 모두가 떨쳐나 강하게 투쟁하지 않은 데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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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지난 7월 발간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철저히 짓부셔버리자’라는 제목의 국경 지역 주민 정치사업 자료. /사진=데일리NK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지난 3월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적발할 시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이 내려졌다는 함경북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했으며, 6월에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가짜상품을 만들거나 밀수·밀매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이런 행위에 대한 투쟁을 드세게 벌여야 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이 하달됐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北, 비사회주의 섬멸전 예고…”‘적발시 엄벌’ 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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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북한은 비사회주의적 행위의 심각성을 부각하면서 “누구나가 다 주위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현상들에 대해서 높은 계급적 각성을 가지고 대해야 하며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를 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모조리 색출하여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 스스로가 경각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이다.

또한 “자기가 사는 동, 인민반과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나타나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와의 투쟁을 대중적인 투쟁으로 전환시켜 이런 자들이 다시는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답새겨야 한다”면서 “이와의 투쟁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시끄럽게 여기는 현상, 직장에는 나가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치는 자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현상들과도 강한 투쟁을 벌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북한은 자료에서 “학교와 가정들에서 청소년들과 자식들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에 말려들지 않도록 교양과 통제를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여야 한다”며 사상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류 등 외부 문화가 빠르게 유입·전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느슨해진 분위기를 다잡고 사상이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