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지역에 당중앙 ‘호소문’…공포감 조성으론 부족했나?

당·행정·사법기관, 국경경비대에 방역·밀수차단 재차 강조…희귀금속 특별히 언급하기도

양강도 혜산시 강변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 지역에서의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접경의 당·행정·사법기관과 국경경비대에 보내는 ‘당 중앙위원회 호소문’을 통해 국경 단속과 감시에 더욱 힘쓸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지난 9일 당(黨)의 뜻을 진심으로 토로하는 연선 지역 당, 행정, 사법기관의 책임일군(일꾼)들과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보내는 당 중앙위원회의 호소문이 내려졌다”며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법적 처벌을 명시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포고문과 달리 호소문은 사상 교양을 통해 내부 주민들을 독려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밀수 등 불법행위를 중대 범죄로 여겨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문이 지금껏 여러 차례 국경 지역에 내려졌으나, 사실상 이것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결속하는 호소문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번 호소문에서 먼저 평안북도·자강도·양강도·함경북도·나선특별시 등 국경 지역의 당과 행정, 사법기관 전반이 세계적으로 재유행하는 전염병(코로나19) 추세를 만성적인 태도로 대하지 말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철저한 방역사업을 진행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 국경 경계 임무를 맡은 국경경비대, 특히 경비대 초병들을 지목해 현재 조성된 정세에 맞게 전염병을 ‘주적’(主敵)으로 삼고 적들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는 자세로 전염병의 침입을 막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국경경비대가 국경에서 비정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선차적인 사업으로 내세워 경계근무를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이번 호소문에서 국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밀수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무역기관 일군들에게는 개인적인 밀수 짐을 받는 것은 전염병의 침입을 조장하는 반국가적인 행위라는 점을 명심하고 당의 방침과 규율, 질서를 양심적으로 지켜줄 것을 토로했고, 각 도의 보위국에는 국경 연선에서 이뤄지는 밀수 등 각종 비법(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데 법적 주도성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의 당 및 사법기관 일꾼들의 가족이나 연고자들이 앞장서서 밀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당의 신임과 배려를 받을수록 당에 충실한 일꾼이 돼야 한다는 내용을 호소문에 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최근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금(金) 밀수 사건들을 의식한 듯 이번 호소문에서 ‘금을 비롯한 희귀금속 자원은 모두 국가와 인민의 자산이며 개인의 재산으로 허용될 수 없다. 반드시 국가에 수매해 정당한 값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혜산에서 50kg이 넘는 상당량의 금 밀수를 시도하다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져 연관된 자들을 모두 적발해내라는 ‘1호 방침’이 내려졌다고 전한 바 있다.

이밖에 양강도에서는 지난달 말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뇌물을 받고 금 10kg 밀수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돼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고, 그보다 앞선 지난달 초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통제에도 불구하고 황해남도 옹진군 주민들이 금 밀수를 위해 몰래 국경에 왔다가 보위부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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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같은 북한 당국의 호소문이 내려진 뒤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먹고사는 것 중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게 90%인데 이것을 받지 말라면 다 질식해 죽으라는 것이냐’ ‘개인이 채취한 금도 마음대로 팔 수 없단 말이냐’ ‘대책도 없이 이런 호소문만 내려보내면 어쩌란 것이냐’는 등 비판적인 반응들이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