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사흘 만에 이뤄져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늘 오전 9시 40분경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불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대통령에게는 관련 사항이 즉시 보고됐다”고 밝혔다.
현재 합참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최고고도와 비행거리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약 800~900k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사실상 발사 성공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8일 강원도 원산에서 지대함 순항미사일 수 발을 쏜 지 약 한 달 만이다. 북한이 올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을 포함해 총 10차례에 달한다.
특히 이번 발사가 우리시간 기준 1일 새벽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에 반발해 무력시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문 대통령이 오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고려해 무력시위를 한 것이란 관측도 가능하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비롯해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한편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처음이다.
출범 이후부터 줄곧 대화 제의를 거듭해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대화 제의에도 북한이 도발로 응답하면서 대북정책을 시험대에 올려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좀처럼 도발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정부가 대화 조건의 수위를 조정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일정 기간 핵·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해서 대화 조건이 충족되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도 일정 기간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무조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게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소집을 지시한 상태다. NSC 상임위는 이날 오전 11시30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