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빈곤층 밥상에 90년대 ‘풀죽’ 재등장

9월 북한 장마당의 쌀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의 쌀가격은 1kg당 1,400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잠시 1300원으로 폭등한 이후 최대치다.

옥수수 가격은 1kg에 최고 450원이다. 함경북도 온성, 회령, 무산도 다르지 않다. 온성과 회령의 쌀가격은 1kg에 1,200원 수준, 무산은 1,300원까지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은 1kg에 380~4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 가을걷이 전투(추수)가 시작되었지만 장마당의 식량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이에 따라 일반주민들의 식량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함경북도 극빈층 노동자들의 밥상에는 90년대 중반 대량아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풀죽’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9월 23일 회령을 거쳐 중국에 온 탈북자 최순녀(가명.58세.함북청진)씨는 “청진 수남시장에서는 쌀 1kg에 1,400원, 옥수수 1kg에 4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며 “가난한 노동자들은 돼지사료를 넣은 옥수수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으며, 풀죽을 끓여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14일 중국 투먼해관(세관)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여행자 장하철(가명. 함북단천)씨는 “함경북도 지방은 7월에 이미 쌀 1kg에 1,000원을 훌쩍 뛰어 넘었으며, 8월 말 단천 및 청진의 장마당 쌀값이 1kg당 1,300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1kg당 1,400원을 육박하고 있는 청진 장마당의 쌀 가격은 기록적인 수치다. 5년째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NGO활동가 한모씨는 “최근 3년간 탈북자와의 면담을 토대로 작성된 자체 통계로 볼 때 현재 청진의 쌀 가격은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해 10월 북한당국이 장마당 식량판매를 엄격히 통제하던 ‘특수한 시기’에도 주민들 사이에서 밀거래 되는 쌀가격이 1kg당 1,100원을 넘지 않았다”며 “보통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9월 말이면 식량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던 식량도매상이나 외화벌이 단위들이 장마당에 쌀을 풀기 때문에 쌀가격이 일정한 하락세로 접어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생활물가’ 동반 폭등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쌀값 2천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9월 17일 중국으로 탈북한 박성철(가명.41세.함북길주)씨는 “쌀값이 올라 쌀밥을 먹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백성들은 없다. 어차피 백성들은 옥수수가 주식(主食)이니까. 하지만 쌀값이 오르면 옥수수 값도 덩달아 오르고, 모든 물가가 다 올라간다. 때문에 쌀값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더욱 어려워 질 것임을 예고하는 표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북한에서는 모든 생활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함경북도의 경우 올해 봄 2,300~2800원 하던 돼지고기 1kg가격이 지금은 4천원에 육박한다. 반년 만에 무려 60% 이상 인상된 셈이다. 콩기름과 맛내기(조미료)의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

최근 북한의 ‘장마당 쌀값 폭등현상’에 대해 중국의 탈북자들과 NGO단체들은 “올해 북한의 농업수확량에 대한 비관적 전망 및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당국의 주민통제 강화 등 북한 내부의 불안정한 요소들이 반영되어 식량 도매상들과 외화벌이 단위, 군대들이 보유하고 있는 쌀을 장마당에 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올해 식량 생산량이 작년 대비 상당히 큰 폭으로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북한 내부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평남도, 황해도 쪽은 지난 여름 수해 때문에 쌀농사가 실패했고, 옥수수 농사를 많이 짓는 함경북도는 봄철부터 지속된 가뭄 때문에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40%도 못 미칠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 당국이 7월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모든 군대 가족들은 90일분 전시식량을 자체적으로 준비하라” “군수분야 노동자들과 운수업 노동자들은 30일분 전시식량을 자체적으로 준비하라” 등의 지침을 내렸고 93년 북핵위기를 방불케 하는 통제정책 때문에 북한 내부의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장마당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식량도매상, 외화벌이 단위, 군대들이 수확시기가 다가와도 보유하고 있는 쌀을 풀지 않고 쌀가격 상승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과 NGO단체의 분석이다.

한편, 중국에서 활동중인 선교사 정모씨는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을 비롯한 외국과의 합작, 합영을 제외하면 북한의 기업소 중 기준량에 못 미치더라도 자체 배급을 주는 곳은 20% 이내에 불과하다”며 “무배급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전체 노동자들이 70% 이상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급을 받는 노동자들 중에서도 한달 필요 소비 식량 중에 기업소나 국가배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최대 5%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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