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물가 출렁?…“휘발유 이어 곡물·생필품도 동반 가격 상승”



▲북한 나진 시장에서 상인들이 위안화로 거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6차 핵실험(9·3) 강행 이후 북한 내부에서 휘발유 등 연유(燃油)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곡물은 물론 생필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에도 비교적 안정화 추세를 보였던 북한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주민들도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북한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류공급 30% 가량 차단과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전에 일어난 변화로, 그 원인이 주목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에서 쌀(1kg)은 지난달 말엔 5800원 정도였지만, 9월 5일경엔 6000원선을 넘어서더니, 조금씩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전국에서 연유 가격이 폭등하더니 쌀을 비롯한 일부 곡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것.

이와 같은 물가 상승 조짐은 밀수나 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국경지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경제봉쇄 소식이 전해져도 쌀은 미미하게 오르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양상이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지금 옥수수 수확이 한창인데도 시장에선 옥수수(1kg)가 2700원(8월 말엔 1900원)까지 올랐다”면서 “크게 동요하지 않던 일부 장사꾼들까지 ‘가을(추수)철인데도 곡물 가격이 오르는 걸 보면 향후엔 상황이 더 악화될 게 뻔하다’는 불안함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지켜본 일부 장사꾼들이 다른 품목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판매량을 줄인 것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우방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외부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북한 전역에서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옥수수 흉작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봄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의 수확량이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해, 공급량이 현저히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외부와 연락이 가능한 일부 장사꾼들은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곡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감시와 통제를 피하면서 외부와 통화를 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대방(무역업자)과 장사를 하고 있는 주민들도 장사품목이 통제되거나 가격이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식량은 물론이고 일부 생필품도 가격이 오르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강원도 소식통은 10일 “1병에 500~600원 정도를 하던 신덕샘물도 500원정도 가격이 올랐다”고 “이맘때면 보통 두부 1모에 1100원 정도를 하면 비싼 축에 속했는데 지금은 두부 1모에 1300원 정도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연유 및 곡물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북한 당국의 고의적인 공급량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유 공급 감소나 무역량 축소를 예상한 김정은 체제가 자신의 곳간과 군(軍) 창고에 연유와 식량을 먼저 채워놓기 위해 시장 유통망 장악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그동안 잠잠하다 핵실험 이후 갑자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모습에 북한 당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면서 “자금이나 물품 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당국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수록 시장 왜곡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