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촌’(離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재해와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올해 농사가 잘 안 되면서 소득이 줄자, 농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 인근 도시나 광업지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금 평원군의 농민들이 농사일은 하지 않고 사금장에 나가 금을 채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흉년을 당해 먹고 살 길이 막힌 농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사금 채취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농민들은 ‘평생 농사일을 해왔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금이라도 캐서 살아남자’고 이야기하면서 너나할 것 없이 사금 채취 현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올해 봄부터 농사일을 제쳐두고 사금을 채취하는 일에 뛰어든 일부 농민들은 농장에 묶여 농사일만 했던 농민들보다 수입이 좋아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평원군의 농민들은 예로부터 사금이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알려진 평안남도 회창군과 운곡지구, 평양 순안구역 등으로 나가고 있으며, 일부는 식구들까지 총동원해 사금 채취 작업에 덤벼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금 채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도 모래 진흙을 퍼내는 데 사용하는 삽과 모래를 일어내는 데 쓰는 바가지 등 기초적인 도구만 있으면 가능해 오래 전부터 농민들의 부수적인 돈벌이 수단이 돼왔다. 밑천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장사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어 빈농들은 주로 사금 캐기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현재 농민들의 농장 출근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평원군의 농장 관계자에 의하면 가을할(추수할) 시기와 탈곡시기에는 농민들이 몰래 낟알을 집에 가져가려고 농장에 나와 출근율이 80%까지 보장되었는데, 현재는 출근율이 30%도 안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추수가 끝나 농한기에 접어든 탓도 있지만, 당장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그렇다고 농장이 농민들의 출근을 강제하지도 못하는 것은 생산된 알곡 대부분을 군량미로 바치고, 종자를 내놓고, 봄에 먼저 쓴 돈을 빌릴 값도 안 되어 농민들 분배는 생각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작황이 부진한데 수확량 대부분을 군량미 명목으로 떼였고, 남은 수확량마저 내년 농사를 위한 종자를 마련하거나 모내기철에 자재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진 빚을 갚는데 써야한다는 이야기다. 농민들에게 분배할 수확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근을 강요할 순 없다는 게 농장 관리자들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요즘 농촌에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그마저도 노년층과 부녀자의 한숨소리만 들린다”며 “정부(북한 당국)에서는 ‘농민들이 나라 쌀독의 주인이 되라’면서 통제하고 관리하는데, 현재 농민들은 ‘농사일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는 것이 굶어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