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사망 20주기 맞아 대규모 ‘추모노래모임’ 조직

북한이 김일성 사망 20주기을 맞아 1일부터 10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4일 알려왔다. 또한 내부적으로 ‘추모노래모임’ 등 각종 모임을 조직해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평상시에도 김정은 지시와 당의 방침 등을 관철하고, 주민들의 각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강연과 학습 등을 진행해왔었다. 또한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사망일 등 때에는 회고모임 등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추모합창단을 대규모로 조직,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 19주기인 지난해에는 회고모임, 강연회, 학습 등으로 추모 분위기를 고취시켰으나 대규모적인 추모노래모임은 진행하지 않았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올해가 수령님(김일성) 서거하신 지 벌써 20해이기 때문에 정주년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추모노래모임’을 조직하는 등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7월 9일 낮 12시 ‘중대 방송’을 통해 김일성이 8일 동맥경화로 사망했다고 주민들에게 공식 선포했다. 이후 북한은 현재까지 김일성 생일이나 사망일을 공식휴일로 정하면서 국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7월 8일 전후로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김일성을 추모하는 각종 행사들을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일족(一族)과 직접 연관된 행사들은 성대하게 치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정주년(꺾어지는 해, 5년 주기) 행사 때에는 다른 해와 비교해 그 규모가 커진다.

이에 따라 올해 김일성 사망 행사도 20주기에 맞게 대대적인 내부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에는 대규모 추모합창단을 구성해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기업소들에서도 애도기간을 맞아 퇴근 시간 이후 바로 귀가하지 못하고 추모행사 연습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 여맹과 직장들에서 주민들은 ‘추모노래모임’을 비롯한 수령님 서거 관련 추모행사 준비로 종일 시달리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되지만 지난해 장성택 숙청 이후 걸핏하면 사람들을 잡아가서 그런지 겉으로 불평을 부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불만을 제기하면 정치적인 것으로 분류되어 바로 단련대 등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다른 행사 때에는 ‘늙었다’면서 아예 참가를 거부하던 노인들도 ‘나이가 있어 노래는 못해도 애기들은 봐줄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색시들도 이번 애도행사와 관련하여 진행되는 추모노래모임에 동원되고 있다”면서 “다른 행사 같으면 벌써 불평이 있었을 텐데 애도행사와 관련한 것이어서 그런지 부석부석한 얼굴인데도 ‘괜찮다’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행동에 대해 소식통은 지난해 말부터 있어왔던 강력한 검열과 총화 등에 따른 심리적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일성 사망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노래모임에 작년에는 예외였던 사람들이 참가하는 것은 장성택 사태 후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된 것에 대한 영향이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양강도 혜산시는 김정일 고향으로 선전되고 있는 백두산이 위치한 곳이며 김정은 일가의 ‘혁명활동’에 관한 전적지와 사적지도 비교적 많이 있다. 북한 당국의 이번 대규모 ‘추모노래모임’ 조직은 이런 지리적·정치적 조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적 코드’를 체제 선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들어 ‘모란봉 악단’이 지방순회공연을 진행하는 것처럼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나 노래 등을 통한 체제 프로파간다(선전)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김일성 사망 20주기에 대대적인 노래모임 개최는 은둔형 지도자였던 김정일과 달리 ‘육성신년사’ ‘주민들과 스킨십 강화’ 등 김일성 따라하기를 하고 있는 김정은이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한 ‘백두혈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소식통은 “수령님에 대한 각종 노래는 꼭 원수님(김정은)에 대한 위대성과 연관되어 지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주민들을 적극 동원한 대규모 노래 모임은 아무래도 원수님에 대한 ‘충성의 노래모임’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