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름 넘게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재 중국과 맞닿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사망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고지도자와 그 가계에 대한 소문이 확산될 때마다 주민 강연회 등으로 발 빠르게 ‘입단속’에 나섰던 북한 당국이 이번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연선지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이런 말을 듣는 것조차 무서운 현실이어서 누구도 아는 체를 하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거의 다 이 소문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원수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보도를 영상으로 봤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위에서는 누가 들여왔는지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어 걸리지 않으려고 사람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영상은 현재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돌고 있는 가짜 동영상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의 보도인 것처럼 편집해 만든 해당 동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새벽 현지지도 중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현재 북한 내부에도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동영상이 북한 주민 사회에 퍼지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보위성·보안성 등의 단속과 검열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김정은 사망’ 동영상에 北 내부도 뒤숭숭…검열·단속 강화)
다만 현재 국경지역에서는 동영상 유포자를 색출하기 위한 보안기관의 단속·검열 강화 동향만 나타나고 있을 뿐, 주민 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신변이상설을 잠재우기 위한 당국 차원의 별도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현재 북한 내부에는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다가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다시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등의 중태설·위중설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별의별 말들이 다 돌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사실을 위에서도 뻔히 알 텐데 강연회나 조직적으로 내려오는 지시가 없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여느 때라면 긴급하게 주민 강연회 등을 열고 ‘돌고 있는 풍문은 모두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니 이를 확산시킬 시에는 강하게 처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 마련이지만, 관련 움직임은 물론 한 마디 말도 없어 주민들은 ‘이게 더 이상하다’며 수군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은 과거 2013년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추문이 떠돌았을 때나 2014년 고모 김경희의 위독설이 확산됐을 때, 그리고 지난 2017년 김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주민 사회에 나돌 때도 엄벌을 강조하며 서둘러 주민 입단속에 나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지금 소문들과 연관시켜 보면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도 꽤 많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신변이상설에 대한 내부 주민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믿는 사람들끼리는 백성들은 빼빼 말라 비틀어지는데 뭘 그렇게 많이 먹어 살이 쪘냐고 욕하기도 하고, 저렇게 몸이 나다가는 터지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면서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 허덕이는데 원수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몇이 되겠나. 사람들은 원수님 건강이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