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북미 관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행돼왔던 북핵 협상이 새 행정부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이목이 쏠린다.
현재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을 이끌어갈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진에는 오바마 행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NK는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의 간부들과 여러 경로로 접촉해 새로운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은 있는지 등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국경 지역의 중간급 간부(이하 A 씨)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오바마 대통령처럼 북한이 변화를 보일 때까지 압박하는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적극적인 대책이 없이 예전처럼 시간만 보내는, 그러면서 압박하는 정책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힘들겠지만, 그보다 인민들이 더 힘들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평양의 중앙당 간부(이하 B 씨) 역시 미국이 다시금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다만 무모한 대통령처럼 비상식적인 선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내세웠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밝힌 셈이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트럼프야 또라이 같은 기질이 있으니 원수님(김 위원장)께서도 이용 가치가 있다고 보고 만나셨지만, 지금 그런 조건이라면 아마도 (정상 간의 만남)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화는 반드시 할 것이지만,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경우에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B 씨는 북한이 핵 능력을 축소하는 조건으로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는 아직 뚜렷하게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한 비핵화 협상 과정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준비된 것도 여러 안이 있고 협상 자체를 안 한다는 것은 정상국가의 길을 지향하는 우리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는 할 것”이라면서 “만나기는 할 건데 조건에서 타협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기선 제압과 협상 주도권 선점 차원에서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장거리 미사일(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벌였고, 재선 이후에도 장거리 미사일(은하 3호)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을 시작으로 핵·미사일 도발을 거듭한 바 있다.
A 씨는 “공연히 불집을 일으킬 필요야 없으니 아마도 (도발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바이든이 원수님에 대해 불순한 말을 한다든지, 아니면 본때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B 씨는 “8차 당대회 전에는 아니고 그 이후 연초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 측은 1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북한을 포함해 한미 간 공동 과제에 협력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역시 청와대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부터 14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 간 통화에서 북한과 북핵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북한 비핵화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