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시장엔 수입산 넘치는데 자력자강 말이 되나”

북한 당국이 연일 새해 첫날 발표된 김정은 신년사를 철저히 관철할 것을 강요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생활과 상관없는 성과 내세우기와 알맹이 없는 계획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신년사엔 무관심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노동신문에서는 주민들이 신년사관철을 위한 신심 드높이 새해 첫날부터 생산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주민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면서 “매해 그러했던 것처럼 신년사학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가 잘 살 길은 자본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시장 상인들 속에서는 ‘해마다 신년사에서는 휘황찬란한 성과부분을 언급했지만 이 성과에 덕 본 사람 있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많은 공업품과 곡식은 다 어디로 갔나’는 비웃음이 곳곳에서 들릴 정도”라면서 “정치적으로 잘못 걸려들까 대놓고 말하지 못해서 그렇지, 대다수가 신년사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강도의 다른 소식통도 “국산화 강조와 성과선전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장마당에는 수입제가 대부분이지 않나”면서 “이 때문에 ‘자력자강’을 강조하는 부분은 주민들에게 마음에 와 닿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곳이 국경지역이라 수입 상품이 많은 줄 알았는데 평안남도와 황해도 시장에도 아직도 수입산이 대부분이라더라”면서 “신문과 방송에서 선전하는 내용과 (현실이) 맞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신년사 내용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주민들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부 품목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지만 중국 등 수입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국내 생산품들이 군(軍)과 돌격대, 국영 병원과 육아원 등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국영상점에도 수입산이 차고 넘치는 것만 봐도 신년사에 언급되는 생산성과 선전은 믿을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전을 위해 일부 단위엔 자재 공급이 이뤄지긴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소들은 연간 과제를 다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민들 속에서는 ‘선전을 통해 주민들을 각성시키려는 의도로 특정단위를 정해놓고 계획완수를 도운 것’이라는 뒷말도 많다”고 설명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전체 주민에게 신년사학습을 의무적으로 강요하기 때문에 하는 척하겠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무관심이다”면서 “주민들은 생계에 더 관심이 많고, 이제는 어차피 수행해야 할 퇴비전투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주민들이) 신년사학습을 일상화하고 있다는 (당국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