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용호 “조건없는 6자회담”…남북회담 난항 예상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19일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21일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2차 비핵화 회담에 앞서 북한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리 부상은 19일 9·19공동성명 6주년을 기념해 중국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대화에 앞서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와 믿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때문에 조건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남북 2차 비핵화 회담에서 “비핵화 사전조치를 확보하는 것이 회담의 목표”라고 밝힌 것과 입장차가 커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1차 남북 비핵화 회담 때도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그랜드 바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차 남북회담 분위기와 관련 “북측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지원과 다른 유인책을 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북은 대신에 핵포기를 전제로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담은 9·19 공동성명 이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리 부상의 이번 입장은 김정일이 지난달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 회담 과정에서 핵물질의 생산과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남북대화를 징검다리로 삼아 곧바로 미북대화로 넘어가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리 부상은 또 지난 7월 열린 1차 미북대화에 이어 최근 미국에 2차 대화를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그렇지만 미국 또한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의 사전 조치 이행을 강조하고 있어 미북대화로의 전환이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북 유화파로 분류됐던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 지명자조차 최근 “북한이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준수와 한반도 비핵화 등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선택은 훨씬 더 강경해질 수 있다”며 북한을 압박한 바 있다.


한미는 북한이 취할 사전조치에 대해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추가 핵실험 및 농축우라늄 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군사도발 중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리 부상은 베이징 체류 기간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별도의 회동을 갖고 6자회담 재개 조건과 수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세미나 개막 연설에서 “의장국이자 책임있는 나라로서 9·19 공동성명 실천노력을 계속하면서 6자회담을 추동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