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정대로 5일 실무협상에 착수했다. 앞서 열린 예비접촉에서 양측의 기본입장을 확인하고 입장 차가 클 경우 실무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과는 달리 실제 예비접촉에서는 실무협상의 일정과 행정적 절차에 대한 협의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진행된 북미 예비접촉에는 미측의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북측에서는 권정근 외무성 전 미국국장 등 소수의 인사만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램버트 대북특사와 권 국장은 이날 오전에 만나 길지 않은 시간 만남을 가졌으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음날 이어질 실무협상에 대한 일정과 행정상의 협의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상은 예정대로 5일 하루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 대표단이 스톡홀름에 머무는 기간을 더 연장한 것으로 보이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비접촉이 이뤄진 같은 장소에서 실무회담도 열렸고, 회담에는 예상대로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협상 대표로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
전날 이뤄진 예비접촉에서는 실무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및 그에 대한 상응 조치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이 준비한 비핵화 협상 카드를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상응조치를 맞바꾼 뒤 이행상황을 확인하면서 단계적 합의 및 이행을 동시에 진행해 나가는 ‘단계적 동시행동’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 최종 상태에 대한 포괄적 합의 및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건 대표를 비롯해 미국 행정부가 ‘동시적·병행적 추진’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북측이 이를 ‘새로운 신호’로 인식하고 실무협상에 임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대사는 스톨혹름으로 떠나기 전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어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가며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북측이 순조롭게 회담에 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측이 원하는 상응조치 카드가 일부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렇지만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없이 동결만으로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가 포함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큰 틀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이나 이행의 최종 상태,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우선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4일 미국의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 해체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에 합의하면 섬유·석탄에 대한 수출 제재를 유예하는 방안을 미국이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이와 같은 제재 완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예정된 실무협상이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이끄는 돌파구가 될지 북미 간 입장 차만 확인하고 교착상태가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