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의 ‘새로운 국면 개척’, 북미 대화 재개는 아닐 것”

中 전문가 "북중 정상회담 후 '6자회담 재개 필요성' 대두될 듯"

지난 1월 4차 북중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일 방북을 앞두고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도록 적극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19일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에선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미 대화 재개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학자들 사이에선 시 주석이 밝힌 ‘대화와 협상의 진전’이 곧 북미대화 재개는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중국 측은 조선(북한) 측이 조선반도(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하여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의사 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국 학자들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되고, 경색 국면에 있는 비핵화 대화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강일 중국 연변대학교 교수는 데일리NK에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비핵화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교착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이 밝힌 ‘새로운 국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진의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A 학자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조미(북미) 대화가 아니라 김 위원장 스스로 6자회담에 대한 언급을 하게 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고 분석했다. 지난 북러 정상회담 이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6자회담에 대한 언급을 했지만 중국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 이 학자의 견해다. 그러면서 그는 “김 위원장도 6자회담의 당위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다시는 하노이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범호 중국 산동대학교 교수도 “중국과 조선의 정상회담이 비핵화 의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는 되겠지만 조미 대화 재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조미 대화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핵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방 교수는 “중국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여기서 말하는 핵은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념 자체를 해결하지 못하면 비핵화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핵은 있어도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고, 없어도 있다고 하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서의 핵을 얘기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개념 성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리스트를 공개해도 미국이 믿지 않고 다른 리스트를 요구한다면 핵문제는 타결될 수 없는 성격의 논의라는 것이다. 방 교수는 그러면서 “개념을 합의하지 않으면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전략은 협상 타결이 아니라 관리이고, 이 관리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넓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비핵화 대화를 무산시키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며 “조선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화를 지지하고 오히려 북한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이 북한에 내놓을 선물 보따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A 학자는 “중국에서 리더는 무엇을 가져오느냐보다 무엇을 베푸느냐가 중요한 덕목”이라며 “이러한 중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조선은 중국을 제대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제재) 이전의 원유량의 회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선물 보따리가 제재 완화는 될 수 없다는 것이 중국 학자들의 중론이다. 김 교수는 “유엔 결의안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유엔 이사국으로서 결의안을 위반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방 교수도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이와 관련한 제안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비핵화 협상에 조바심을 내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A 학자는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하면서 풀뿌리만 먹고도 5년은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를 것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