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려대 총학생회 탄핵발의 ‘평화고대’ 이승준

▲ 총학생회 탄핵발의 서명운동에 나섰던 <평화고대> 이승준 씨

이건희 삼성회장의 고려대 명예박사 수여식 폭력시위와 관련, <평화고대> 모임이 진행한 총학생회 탄핵발의안이 19일 열리는 전학대회(전체학생대표자 대회)에 부쳐진다.

자발적 학생 참여단체인 <평화고대>는 총학생회 탄핵안 발의에 찬성하는 2천 3백여 명의 서명용지를 16일 총학생회에 전달했고, 총학생회 측은 이를 회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핵안은 19일 전학대회에 부쳐져 전체 재학생들의 탄핵 찬반투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학대회에서 대의원 3분 2가 찬성하면 전체 재학생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하게 되며, 재학생 투표에서 찬성 과반수가 넘으면 총학생회는 탄핵된다.

이번 탄핵안 발의는 고려대 총학생회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으로 이번 폭력시위를 ‘다함께 고려대 모임’과 공동주최하고, 당일 시위에 참가했다.

총학생회의 사과를 요구하며 탄핵발의 서명운동에 나섰던 <평화고대> 이승준(25. 국문과3) 씨를 만나 보았다.

▲ 학생들의 자발적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까지 확대된 <평화고대>는 최근 젊은 세대의 특징을 극명히 보여준 모임이다

– 총학생회 탄핵 서명운동을 진행한 이유는.

학교 폭력시위로 학생 대다수가 상처를 입었고, 학교명예가 실추됐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리는 재학생 대다수가 시위학생들의 사과를 원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폭력사태의 책임규명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 이상 3가지 요구사항을 정하고 대자보를 붙였다. 총학생회 집행위원장과 ‘다함께’ 대표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지만 서명만 해서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 총학생회 회칙에 명시돼 있는 탄핵을 하기로 결정했다. 재학생 1/10이 서명하면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다. 1/10 이면 1,900명 정도인데 이 정도 서명은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시위 자체를 문제삼자는 게 아니라 시위과정에서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지적하고 싶었다.

운동권 총학생회에 불신 누적

– 예상 외로 많은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했는데

학생운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 이 때문에 운동권도 선거 때가 되면 학생운동을 강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면 학생들의 복지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정치목적을 위해 활동한다. 이번 총학생회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그런 불만들이 누적된 결과로 본다.

– 총학에 서명용지를 전달하고 <평화고대> 모임은 해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탄핵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총학생회 사람들 고생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안타까운 점이 더 많다. 우리도 이번 탄핵이 성사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탄핵발의란 과정을 통해서 선례를 남기고 싶다. 앞으로는 총학생회가 학우들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들만의 주장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우리의 취지는 달성한 것이라 생각한다.

운동권, 非비민주성이 원인

▲ 스스로의 양심과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는 이승준 씨

– 현 학생운동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탄핵안 발의는 총학이 자초한 것이다. 총학의 비민주성이 근본 원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피해받는다면 자신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주장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사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외부에 폭력사태로 비쳐져서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 후에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면 이 정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구시대적인 학생운동의 잔재들이다.

– <평화고대>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사건이 벌어진 후 학교 자유게시판에 시위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이 도배하다시피 올랐다. 비난하는 글은 많았는데 뭔가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해보자는 생각에 카페에 모임을 만들고 5월 5일 고려대 100주년 행사 때 모이자고 홍보를 시작했다. 100주년 기념식에 폭력시위를 주도한 ‘다함께 고려대 모임’도 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00주년 기념행사는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또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까봐 이를 막고자 모임을 가졌다. 당일 30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 바람직한 총학생회 모습은 무엇인가.

학생들 편에서 생각하는 총학생회가 되어야 한다. 총학생회가 일반 학생들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운동권은 자신들이 옳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우들을 수단으로 삼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습이 있다. 학우들을 의식하거나 걱정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총학을 여러 번 찾아가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지만 사과를 거부했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 대학생의 사회참여는 민주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대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의 사회참여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 학생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다니는 기간은 축복받은 시기다. 학생의 본분 안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학생운동이든 다른 활동이든 다양한 활동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